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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경 목사 [만나교회]

100m 달리기 선수가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시간은 0.1초에서 0.3초 사이라고 하는데, 결승선에서는 0.02초에 약 3㎝의 차이가 난다고 하니 달리기 출발 반응은 메달의 색깔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순간적인 반사신경은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어쩌다가 핸드폰을 놓치게 되면 다시 잡으려고 순간적인 반응을 하는데, 잘 잡으면 핸드폰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순간적인 반응이 좋지 않게 작용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사건이나 사고, 긴장된 상황을 만나면 편도체에 납치된 것처럼 자신들이 늘 해오던 패턴대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수님 당시 실로암 망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람들은 희생된 사람들이 뭔가 죄가 있어서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4-5)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요지는 ‘예외 없이 모두가 죄인이며, 회개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망하게 된다.’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죄인들이 멸망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십자가의 은혜를 이미 제시해 주셨는데도, 끝까지 믿지 못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죄의 연대 가운데 살고 있기에,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우발적인 상황 앞에서 욥의 세 친구처럼 인과응보적이고 율법적인 해석을 하기보다는 세상 삶의 무상성을 깨달아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해야 한다(전 3:11). 남을 판단하고 자신을 의롭게 여기는 유치한 반사신경은 버려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고난을 당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셨을까? 예수님은 고난을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죄를 지었느냐를 지적하기보다 다가가서 고쳐주셨다. 긍휼히 여기셨고, 그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눅 5:20).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한다(롬 12:15).

마틴 루터가 목회하던 비텐베르크시에 1527년 7월 흑사병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인근 도시로 피난 갔지만, 루터는 흑사병 환자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돌봐줬다. 루터는 친구 슈팔라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비텐베르크에서 지금까지 18명의 장례를 치렀는데, 오늘은 이곳 시장 데네의 아내 장례를 치러야 했다. 그녀는 어제 거의 내 품에서 임종했다.” 루터는 6남매의 자녀가 있었으나 흑사병으로 고아가 된 6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기도 했다.

예수님은 구원의 길이 되신다(요 14:6).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 판단의 길이 되신다. 무릎을 치며 ‘아하!’ 깨달음을 얻을 때 뉴런의 새 길이 뚫리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우리는 세상을 보는 감정과 판단 생각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안녕, 사랑해!”라는 단순한 ‘자기연민’만으로도 행복감이 증가하고, 뇌의 신경 통합이 증가하고, DNA 가닥 끝을 수리하여 노화를 늦추는 ‘텔로머레이스’ 수치가 증가한다고 한다(마음챙김, 샤우나 샤피로). 이러한 실험적 결과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의 원리로 지으셨기 때문이다. 누구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하나님 아버지의 그 크신 사랑, 부활로 증명된 십자가의 확실한 은혜와 자비가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사랑 안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이제 구원의 길 되신 예수님을 따라 천국만이 아니라, 마음의 새 길이 되신 예수님을 따라 세상과 소통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