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 [한사랑교회/목사부총회장]
어느 새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조금 있으면 성탄절이 다가오고 그 다음에는 새해를 맞게 된다. 그러면 성탄인사, 신년인사를 하느라 바빠질 것이다.
인사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어릴 적에 학교 가다가 길거리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기만 하면 머리 숙여 ‘진지잡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드렸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칭찬이 좋아서였는지 누구를 만나면 항상 무조건 인사를 드렸다.
나이를 먹고 명절을 맞거나 혹은 생신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 어른들을 찾아뵐 때는 손에 선물꾸러미나 봉투를 들고 찾아가 인사를 하였다. 이 때는 인사가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할 만한 적당한 인사 용품(?)이 동반되었다. 말로만 하는 인사시대는 지나갔다.
그런데 군대에 들어가 보니 또 다른 인사가 있었다. 임관한 후 첫 부대에 배치될 때 당시에는 공정성을 찾는다고 인사권자들이 모여 제비를 뽑아 임지를 정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저는 작은 교단출신으로 아는 선배가 없었지만 남들이 다 선호하는 지역인 경기도 금촌에 배치 받아 첫 근무를 하였다.
교단의 행정사무를 맡아 일하다보니 인사가 얼마나 중요하며 또 힘든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어느 단체를 이끌어가려면 반드시 그 자리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 수많은 교단의 인재들 가운데 그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을 선택하여 임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 가지의 인사 중에 가장 쉬운 것이 고개만 숙여 말로만 하는 인사이고, 가장 어려운 인사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것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는데, 어떡하면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참 잘했다.’고 칭찬하며 산하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까? 남모르게 고민하게 되었다.
인사 중에 가장 비난 받는 것은 아마도 편 가르기 인사일 것이다. 뻔히 비난 받는 줄 알면서도 인사권자가 이런 올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단 구성원들이 어떤 기관보다 성결신학원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 언젠가 개방이사를 제외하고 교단파송 이사들 10명의 소속지방회를 분석해 보니 한 지방에 두세 명, 심지어 4명까지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30여개 지방회니 평균 세 개 지방회에서 한 분 파송하는 것이 마땅하나 꼭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지방회와 지역을 안배하는 것이 학교발전에 바람직할 것이다.
인사권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중책을 맡기는 것은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힘을 분산시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모든 사람이 100% 공감하는 인사는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관심을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인사권을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제도적으로는 없지만 헌장개정을 통하여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혼자 결정하지 말고 혜안이 있는 분들이 모여 중론을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평소에 절감하였다. 이번에 헌장개정위원들이 이런 뜻을 반영하여 주셨으면 교단 인사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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