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목사(1880~)가 겪은 청년시절의 이야기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이집 저집 복음의 씨를 뿌리는데 그날따라 온종일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이 젊은이는 세찬 빗줄기에도 동네를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감사와 기쁨이 가슴에 가득해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청년을 가만두지 않았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냉담하고 소극적이고 무관심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았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한 번 이 동네를 돌며 복음을 전하리라 다짐하고는 주막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마땅히 잘 곳도 없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주막집 문을 두드렸다. 물론, 주막이라 조용할리야 없지만 잠을 자기에 너무 시끌벅적했다.

겨우 잠을 청하다 보니 따뜻한 아랫목은 낯선 사람들이 몸을 비집고 들어와 온기도 없는 윗목으로 밀려났다. 그런대로 뒤척이다 젊은이는 웅크린 채 새우잠을 한 숨 자고 났다. 춥기도 하고 볼 일도 있어 뒷간을 가려고 방문을 열었다. 아직은 여명이 희미한데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 진 듯 했지만 밤새도록 내렸는지 마당에 물이 흥건했다. 처마 밑을 벗어나 몇 발자국 걸었을까? 갑자기 벼락을 치듯 커다란 굉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본 젊은이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 주막집 자리엔 시뻘건 흙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물론, 화투에 정신이 팔려 밤을 새우던 이들 중 어느 한사람도 이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니,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이토록 하나님의 극진하신 사랑을 체험한 젊은이, 전도하는 자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이 놀라운 은혜에 감격한 그는 이를 헌신의 계기로 삼게 되었다(사 32:5, 시 46:1-3, 딤후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