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학 목사(1910년 출생)는 기도의 사람이었다. 일본 동경미술학교 유학시절에도 그림 그리는 시간을 쪼개 책을 많이 읽었다. 귀국해서 중학교 미술교사와 교회 집사로 섬기다가 이성봉 목사에게 은혜를 받은 후, 경성성서학원에 들어가 교역자로 헌신했다.

신학생 시절이엇다. 책방을 둘러보다 꼭 사고 싶었던 책을 만났다. 일본어로 된 우찌무라 간조의 ‘구안록(求安錄)’이었다. 청년시절 방황하다가 예수님을 만나 비로소 평안을 얻었다는 일종의 간증서다. 책값은 40전인데, 수중에 겨우 5전이 있을 뿐이었다.

기숙사로 돌아왔지만 눈앞에 ‘구안록’이 어른거렸다.  강당으로 가서 구안록을 사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새벽기도 때도 열심히 구안록 구입을 위한 기도를 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식사 시간인데, 이상하게 조급한 생각이 들며 누군가 기숙사 방문에서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급히 방으로 올라갔더니, 마침 창문을 통해 부엉이 한 마리가 들어 왔다가 벽에 부딪쳐 떨어져서 바둥대고 있었다.

부엉이를 붙잡았다. “책 값을 구하는 내게 부엉이로 응답하시는 걸까” 중얼거리며 아현시장 조류상점에 갔더니 40전을 주겠다고 했다. 정확히 ‘구안록’ 값이었다. 부엉이 값으로 책을 산 후,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열심히 기도하여 응답 받았다(마 7:7, 렘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