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 목사 [원정교회]
목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정년이 언제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언제부터인가 후임자 결정하셨어요? 정년 후에는 어떻게 생활하실 거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그럼에도 별로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정년이 다가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1975년부터 목회를 시작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공부하랴 목회하랴 교회부흥만을 생각하고 정신없이 뛰었다. 생명을 조금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몸을 던져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도록 기도하고 나름대로 성령에 이끌려 불을 뿜어내는 설교를 준비하고 교회건축을 위해서 쉴 틈 없이 힘써 왔다. 어렵지만 신이 나는 목회였다. 누구나가 하는 일이겠지만 한 번도 정년을 생각해 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직도 정년이 멀게 만 느껴지는데 세월이 번개같이 지나갔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정년을 맞이해야 한다.
너무너무 해야 할 일은 많고 내가 해온 일들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텐데 앞이 캄캄하다. 그리고 목회 마지막 장식을 어떻게 아름답게 할 것인가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많은 말을 해준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정년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임종을 앞둔 사람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정리하고 정돈하고 담대하게 오는 세월을 받아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은 것만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은혜가 아닌가? 학창시절에 공부 잘한 사람은 걱정이 없으나 공부할 시기에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은 시험 때가 되면 겁이 나는 법, 목회 역시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 겁이 난다.
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된다는 말이 있다. 때로는 비바람이 거세고 귀찮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새싹이 나오듯이 다가온 정년의 비바람도 헤쳐 나가야하리라. 그래야 좋은 날이 오리라 믿어진다. 정년을 미국 사람은 어려서부터 준비하는데 한국 사람은 늙어서 준비하니 어렵다고 한다.(욥기 8장 6~7절 “청결하고 정직하면 정녕 너를 돌아보시고 네 의로운 집으로 형통하게 하실 것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정든 집, 정든 가족, 뿌리내린 모든 환경을 뒤로하고 자기의 갈 길을 알지 못했으나 무작정 말씀에 의지하여 길을 떠났던 것처럼 떠나야하지 않겠는 가?
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 목회의 정년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야 미련 없이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부끄러움 없이 가지 않을까? 많은 일을 남겨 놓고 정년을 맞이해야하는 목회가 아쉽기만 하다. 조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성을 다해볼 텐데…
누구든지 짐이 되는 사람도 멀리 떠나가면 한 편은 시원하고 한 편은 섭섭하다더니 목회의 정년도 그러한가 보다. 목회를 내려놓는다는 것, 그동안 힘들 때마다 한번쯤은 생각했었는데 미리 정년을 해야되지않을까 했다가도 다시금 하나님께 머리 숙인 적도 많았는데 왜 이럴까?
무거웠던 십자가 내려놓는 것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섭섭하고 허전한가. 정년을 맞이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남들이 하는 것은 쉬운데 자신에게 닥친 일은 작은 일도 힘들고 어렵다.
아무튼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정년이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지저분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도록 미리미리 정년을 준비해도 부족하다고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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