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규 목사 (정왕중앙교회 협동목사)
나는 개인적으로 ‘외로운 양치기(The Lonely Shepherd)’라는 팬플룻 곡을 좋아한다. 특히 게오르그 장피르(루마니아의 ‘팬플룻의 장인’)의 연주는 정말 감동적이다. 나는 이 곡을 들으면 구약의 양치기 다윗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멋진(?) 형들에 치어서 항상 외로운 목동으로 들에 나가 하늘을 이불삼아 외롭게 홀로 보냈다.
그의 벗은 양들과 양치기 개이고, 풀벌레 소리, 가끔 늑대, 들짐승들도 출현하고, 자연을 친구 삼아 보냈지만 그렇게 외롭지만 않았던 것은 그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서 하나님은 멋진(?) 형들을 제치고 들에서 외로이 양을 치는 다윗에게 기름부음을 허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윗은 그 고독의 시간을 아버지와 형들을 원망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허송세월을 하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보면 외롭고, 무섭고, 고통의 시간을 잘 선용하는 지혜가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음악적인 소질도 있어서 수금을 잘 타는 자가 되었다. 제 정신이 아닌 사울 왕을 위해 음악치료를 수행할 때 악귀가 떠나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의(自意) 든 타의(他意) 든 간에 고독의 시간은 힘 든 것 같다. 특히 타의에 의해서 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고독은 심할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다윗만이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혼자 외로운 고독의 시간들을 통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을 비롯해, 모세, 엘리야, 예수님, 사도바울, 교부들 등등... 마찬가지로 목회자, 우리 기독교인들도 특히 연말연시에 세상이 들떠있는 시간에 세상을 뒤로 하고 오직 하나님을 조용히 대면하고자 조용한 곳을 찾곤 한다. 그런데 현대인은 고독을 직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군중 속에 있지만 고독을 느끼고 있듯이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두려워한다.
일찍이 신학자 폴 틸리히는 존재에의 용기를 설파했다. 어차피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고, 홀로 왔다가 홀로 가야 하는 것이다.
누가 나를 대신해서 태어나 줄 수도, 죽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폴 틸리히는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고독의 시간만큼은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고, 겸손할 수 있다고 본다.
현대인들은 많은 사람들로 둘러 서 있지만 진작 자신은 외롭고,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소위 ‘불안 증후군’이라는 증상이 생길 정도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동창회나 취미클럽 그리고 스포츠 동호회 등에 가입하기도 한다.
스포츠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은 헬스와 마라톤일 것이다. 왜냐하면 헬스와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 재미가 없다. 혼자 자신과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혼자 하는 운동이기에 오래하지를 못하고 중간에 그만 두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실력과 영력은 홀로 있는 외로움과 고독한 광야(세상)에서 나온다. 위대한 선각자는 광야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하나님을 만나 역사를 변화 시켰다. 홀로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외로움도, 고독도 즐기자. 다윗이 외로운 양치기로 살았던 것처럼 은둔이나 홀로 있음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어차피 인간은 하나님 앞에 홀로 서야한다.
사도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예루살렘으로, 전도지로, 세상으로 가지 않고 먼저 외로운 곳, 그렇지만 하나님을 독대할 수 있는 아라비아 광야로 나아갔다.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와 지식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이지만 먼저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고, 그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고독을 즐겨보시지 않겠습니까!
.gif)
(2).jpg)
.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