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목사 [유성제일교회]
며칠 전 미국에서 한 가족이 방문을 했는데, 3주 휴가를 내어서 왔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 보다 부럽다는 마음이 더 컸다. 20여년을 목회하면서 성지순례 갈 때 외에 단 한 번도 주일을 넘기며 여행한 적이 없었다. 돌아보면 여행을 사치로 여기며, 때론 죄악시 하는 풍조에 갇혀 스스로를 억누르고 살아온 느낌이 든다.
물론 작은 교회를 섬기는 나로서는 시간의 여유도,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그러했겠지만, 때론 목회자는 그렇게 절제하며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히 용기를 내어 보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린다고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시지도, 더 큰 성과를 낸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개구리는 더 멀리 뛰기 위해서 반드시 움 추린 후 뛴다고 한다. 감기 몸살은 몸이 살기 위해 쉬라는 몸의 반응이라고 한다.
예수님께서도 마가복음 6:31에 사역을 보고하는 제자들에게 칭찬보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고 말씀 하신다. 어쩌면 이루어낸 사역 보다, 그리고 그 사역에 대한 칭찬보다 더 귀한 것이 쉬는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쉼이 곧 힘이 되어 내일에 더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며, 어제에 대한 오늘의 보상일 수 있다.
교단 정기총회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1년에 한번 있는 정기총회이기에 할 일들이 참 많았다. 예배, 임원선거, 회무, 연차대회(부흥성회) 등등...
둘째 날 오전과 오후 회무를 마치고 저녁에는 부흥성회로 진행되었다. 그 전날 임원선거와 함께 총회장 취임식까지 마치니 거의 새벽 2시가 넘었었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등등 취침시간이 새벽 3시정도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둘째 날은 참 피곤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은 시간에 쫓겨 무서운 속도로 회무가 진행되었다. 오후에 다음 행사인 목사안수식이 기다리고 있다고 광고하며 더 이상 시간 끌지 말자는 압박을 준다. 충분한 질의와 논의도 없이 눈치 보며 회무를 종결하고 폐회 예배를 드렸다.
성결교회의 정통성을 회복하는 연차대회로 부흥성회를 통해 은혜 받는 것도 좋지만 정기총회는 좀 쉼과 여유를 가지고 본질적인 회무에 집중함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기 성결교회 당시에는 요즘처럼 부흥성회도 많이 없었고 교단 전체적으로도 모이기가 어려웠기에 연차대회를 통해 은혜 받는 뜨거운 시간이 필요 했겠지만, 지금은 교단적으로 많은 모임들과 성회가 있다. 목회자하계수련회를 비롯해서 여름산상성회, 사모회, 장로회, 남전도회, 여전도회, 중고등부, 심지어는 유초등부 캠프까지 다양한 모임들과 은혜의 시간들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충분치 않는 회무와 새벽까지 이어지는 임원선거 등등으로 여유 없는 정기총회이기 보다, 은혜 받는 시간은 다양한 모임들을 통해 진행하고, 정기총회 시에는 조금 여유를 갖고 교단의 미래를 위해 지난 날 들을 충분히 돌아보고 심사숙고해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선 목회 현장에서 쉼 한번 없이 달려온 치열한 사역현장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교단의 선후배 동료들을 만난 그 시간만큼은 축제와 같은 또 다른 힐링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에겐 중간 중간 섬겨주신 어느 목사님의 색소폰 연주도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정기총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또 다른 작은 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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