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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호 목사 [성결대 전 총장]

곤란한 질문에 대해 침묵하고 싶은 것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정일 것입니다.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하면 되는데 잘못이 있기에 아니라고 하기는 곤란하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때 “검찰청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확인해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위기를 벗어나려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관공서에서 사실의 인정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클 경우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침묵은 어떤 의미에서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인정하기도 곤란할 때 손사래를 치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은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비겁하고 비양심적인 태도입니다.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4백년 만에 들려진 선지자의 음성은 그가 약속된 메시아인가 하는 기대감을 부풀렸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보내 세례 요한의 정체를 알아내려 했습니다. “네가 누구냐?” 물을 때에 요한은 드러내어 말하고 숨기지 아니하였으니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침묵은 묵시적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요 1:19-20).

예수님은 산에 오른 군중들과 제자들에게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인 것은 사실이라 밝히고, 사실이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이야기할 것을 명령하시는 것입니다(마 5;37).

유대 교권자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죽일까 모의하다가 가룟 유다의 배신을 계기로 겟세마네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체포했습니다. 결박하여 끌고 대제사장의 집으로 가서 새벽에 모인 공회에서 심문을 할 때 여러 증인들이 와서 예수님에 대한 불리한 증언들을 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반박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침묵하셨습니다. 자기를 위한 변명을 하지 않으신 것입니다(마 26:63).

공회에서 많은 증인들을 세웠지만 그들의 말도 서로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사형을 시킬만한 죄목도 찾지 못하자 대제사장이 직접 심문을 했습니다.

“내가 너로 살아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이때의 침묵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의미가 되기에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자신이 그리스도이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것을 밝히셨고 부활 승천과 재림까지 예언하셨습니다(마 26:64).

사실인 때는 “예”라 하고, 아닐 때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할 것을 가르치신 예수님은 그 말씀을 실천하셨습니다. 그 대가가 어떠하든지 간에 옳고 그름의 분별과 함께 진실을 말하는 정직성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이 자기의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기의 언행에 대해 옳은 것은 옳다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사회가 건강해지고 정의가 실현될 것입니다.

자기나 가족 아니면 자기 집단의 이익에 따라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 달라진다면 사회적 신뢰가 깨지고 거짓과 편법이 횡행하는 아노미와 카오스의 동물세계로 변할 것입니다. 진솔한 자기 성찰과 철저한 회개로 예와 아니오가 분명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이 지도자로부터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