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목사 [신리교회/본지 편집위원]
언제부터인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딱 떨어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학창시절과는 다르다. 그때는 손꼽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필자의 기억 속에는 크리스마스 칸타타와 새벽송이 모든 행사보다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예수님 탄생을 알리고 축복을 하는 새벽송을 다닐 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한 이웃집이나 파출소 같은 곳에서도 새벽송을 불러주면 불신자인 그들도 과자 빵을 준비해 두었다가 주셨다.
그랬다. 그때는 정말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있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 혹은 친구들에게 마음과 정성으로 만든 핸드메이드(handmade) 성탄 카드를 보내며 은혜에 감사하는 정다움이 가슴 깊게 묻어나기도 했다. 특히 성탄절이 되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할 것 없이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인사하면, 누구나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모든 풍습이 사라지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법이 세계 각국에서 생겨나고 있다. 그것도 정통적으로 기독교가 깊게 뿌리를 내린 영국과 청교도로 인하여 세워진 미국에서라고 하니 참 마음이 허전해진다.
그럼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영향 때문이라 볼 수 있다. 19세기말의 프랑스 상징주의 영향이 20세기말에 이르러 모더니즘의 지식체계와 이성중심의 해체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니체,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를 거쳐, 해체주의자인 푸코, 데리다의 사상이 서구 유럽을 거처 1980-1990년대 우리나라에 광풍처럼 불어 닫쳤고, 그 변화의 실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절대 진리를 믿고 전파하는 기독교는 이런 현상에 대하여 제대로 논의 한번 못하고 오늘을 맞게 되었다.
그 결과로 추억 속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아쉬워하게 된 것이다. 절대성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상대화시켜놓은 포스트모더니즘이 기독교교리와 가치를 뒤흔들어 크리스마스의 풍습까지 바뀌어놓은 것이다.
둘째, 크리스마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다.
크리스마스의 뜻을 물으면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날’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Christmas)’의 어원은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쳐진 말이다. 미사란 라틴어 “Massa”에서 나온 말로서 그리스도의 미사(Christ Mass)는 그리스도께 예배라는 뜻이다. Merry Christmas! 하면 메리는 즐거운 이므로 ‘즐겁게 그리스도께 예배하자’는 말이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곧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성경에는 예수님의 탄생하신 정확한 날짜에 대한 기록이 없다. 예수님의 생일은 역사의 질곡 끝에 제1차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12월 25일로 확정 짓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 연유 때문에 성탄절은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크리스마스는 잘못된 것이니 그것을 지키는 것은 비성서적이라고 여호와증인을 비롯한 이단들이 기독교를 역공격하는 빌미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더욱 크리스마스를 굳게 지켜야 한다. 예수님의 탄생일은 정확히 모르지만,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은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연유로 자신의 생일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어느 특정한 날을 생일날로 정한다고 그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2천 년 가까이 지켜왔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즐기고 있는 이 절기를 이용해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그 의미를 널리 전하는 계기로 삼아 예수께서 더욱 기뻐하시는 크리스마스로 승화시켜 나가자.
.gif)
(2).jpg)
.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