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우 목사 [독일교회]
낚시는 희망을 경험하는 것이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어떻게 하루 종일 낚시를 할 수 있느냐고 누가 물으면, 진정한 낚시꾼은 “잠깐만 기다리세요. 뭐가 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러다가 낚싯줄이 다시 늘어지면 “곧 다시 물 겁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늘을 살아냄에 있어서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고난 중에 위로하는 사람보다 비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고난의 상황 자체도 참 어렵고 힘들지만 그렇게 힘든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다. 사람들이 아픔을 감추려고 하는 이유는 부끄러움보다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하는 것이 사실은 더 두렵다.
그래서 정말 절실하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것이 고난 중에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이다.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갈지 고민하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하는 일은 ‘책임추궁’이다. 그렇게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다 보면 당연히 비난이 있게 되고, 모든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우려는 성향이 우리 안에 있다. 그러한 모습이 때로는 부부간에도 보인다. 물론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누구보다도 서로 힘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부부간에 서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코리 카널스라는 분이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기고한 글이다. 대공황이 미국을 덮쳤을 때 배고픈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정처 없이 떠돌다가 카널스 여사의 농장에 와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거나 하룻밤을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카널스 여사의 아버지는 두 딸에게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게 했다.
한 번은 한 동양 사람이 농장에 왔다. 서툰 영어로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카널스 여사의 아버지는 그를 맞이해서 함께 식탁에 앉았다. 미국 식사 예절대로 손님이 먼저 음식을 먹도록 권했는데, 양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는지 살짝 당황한 듯 보이던 그 동양인이 나이프로 콩을 떠먹었다.
그 모습에 코리와 그녀의 언니가 킥킥거리자 아버지가 바로 나이프를 들고 그 동양인을 따라 콩을 떠먹기 시작했다. 두 딸도 눈치를 보다가 나이프로 콩을 먹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그 동양인이 잠자리에 든 후에 아버지가 두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콩은 포크로 먹는 거야. 포크로 먹는 것을 그 사람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가르치는 것은 나중이고 먼저 그를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자꾸만 뭘 가르쳐 주려고 한다. 하지만 고난의 때일수록 가르치는 사람보다 위로자가 필요하다. 원인을 규명하는 사람보다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도의 동지가 필요하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래서 모든 상황과 형편을 뛰어넘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들이기에 힘들수록 함께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자가 되어야 하겠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함께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가운데서, 누구를 비난하고 욕하기보다는 미소 띤 얼굴로 함께 이겨내자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이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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