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준 목사 [새누리교회]
최근에 교수 채용을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요구한 대전 국립대 교수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종종 접하는 소식이라서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런 비리가 어느 분야보다 더 깨끗해야 할 교수 사회에서도 근절되지 않는 것을 보면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 아직 멀다는 부정적 인식이 굳혀진다. 그나마 공정과 정의가 목회자 세계에서는 통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라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10년 전, 모 기독교 언론에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것은 “목회자가 거액의 금품을 받는 조건으로 담임 목사직 매매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는 것을 모 교단의 K 목사가 폭로하면서 목사직을 총회에 반납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사직을 총회에 반납한 이유를 “담임 목사직을 돈으로 사고, 파는 한국교회 부패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담임 목사직 매매의 실상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데 충격을 받은 교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최근에 모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는 J 목사에게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오면 담임 목사직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제안이 왔다. J 목사는 고심 끝에 거부했다는 말과 함께 이 같은 거래가 관행적으로 적지 않게 통용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은퇴하는 담임 목사에게 수억 원을 건네고 담임 목사가 되었다는 적잖은 풍문이 가짜 뉴스만은 아닌 것 같다.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져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관행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 목회자의 시각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담임 목사가 은퇴할 때, 퇴직금을 교회가 지급할 수 없는 형편 때문이라는 점을 꼽는다. 그래서 목회자 간의 은밀한 거래만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당회가 후임 담임 목사에게 거액의 헌금을 요구하는 교회도 있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 생존조차 어려운 지경이라서 후임자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 묵인하고 방관한다면 한국 교회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비록 최소한의 노후 자금 준비 때문이라고 해도 후임 담임 목사에게 금품 요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가난하다고 도둑질을 합리화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본 교회 헌장 107조 6항에 “교회를 매매하여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교회 담임자 이, 취임 시 금품을 수수하였을 때”는 교역자에게 적용되는 범과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이 없다 해도 담임 목사직 매매 행위는 비성경적이기에 어떤 이유든 거부해야 마땅하다.
교단 총회 임원은 담임 목사직을 놓고 거래하는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면 묵인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총회가 지 교회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불법을 일일이 파악하여 관리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땅한 방안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방회와 총회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담임 목사직 매매 행위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대로 두면 양성화를 주장하는 이들까지 나타나 불필요한 갈등으로 비화하여 교단 정체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결하지 못한 교역자들의 오만가지 행태로 인해 ‘성결교회’라는 교단 명칭이 무색하게 된 지 오래다. 그러니 담임 목사직 매매까지 확산하면 누가 성결교회의 미래를 희망차게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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