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익 장로
어느 일간지를 통해 알려진 사연이다. 젊은이들이 다 떠나간 어느 시골 오지 산골마을의 자그마한 교회에서 10여 명의 독거노인들을 섬기는 목사님이 주일날 광고 시간에 성도님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눠 주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첫째 : 보일러가 고장났으면 전화합니다.
둘째 : TV가 안 나오면 전화합니다.
셋째 : 냉장고 전기가 고장나면 전화합니다.
넷째 : 휴대폰이나 집전화가 안 되면 전화합니다.
다섯째 :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쓸 일이 있으면 전화합니다.
여섯째 : 농번기에 일손을 못 구할 때는 전화합니다.
일곱째 :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는 도움을 청합니다.
여덟 번째 :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바로 전화합니다.
아홉 번째 :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전화합니다.
열 번째 : 경로당에서 고스톱을 칠 때 짝이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
열 번째 이야기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내가 청년 때에 입대를 기다리느라 시골에서 집안 농사일을 도우며 신앙생활 할 때가 생각난다. 고향교회 목사님이 농번기 때 일손이 모자라면 직접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도와주셨던 것을 체험했기 때문에 그저 잠시 웃어넘길 사연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골 오지의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많은 목사님들은 교인 많은 서울 대형교회의 목사님들이 왜 부럽지 않겠는가.
남 부러울 것 없이 조건 좋은 곳에서 목회하고도 싶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기에 떠날 수가 없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예배를 준비하면서 틈틈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노인 성도님들을 섬기고 저 많은 사연으로 전화를 받으려면 목사님들은 배워야할게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고스톱 쳐 주는 목사님
때론 보일러공. 전기기술자. 힘 쓸 일이 생기면 달려가야 되는 체력, 온갖 잡부 역할도, 운전기사도, 효도 않는 자식들을 대신해 아들 역할도 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몸이 아프고 거동도 못 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시장까지 봐주는 인심 좋고 따듯한 동네 아줌마 역할까지 해야되니 농촌 목회자들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거기다 고스톱까지 배워 비가 와서 농사 일을 못 하는 날이면 마을회관에 가서 주민들과 어울려 주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하니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온다.
이 사연을 접하며 내가 40여 년 전에 고향 화성에 있는 감리교회에서 만났던 남문희 목사님이 생각난다. 모든 성도님들에게 올곧은 심성으로 소문났던 목사님께서 가을걷이를 잠시 접고 넓은 들판에 앉아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에 땀을 훔치며 던진 한마디.
“목회와 설교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하는 것”
그 말씀이 유난히도 생각이 나는 시간이다.
몸소 몸으로 실천하며 올바른 주님 섬김의 모습을 보여준 시골 고향교회 그 목사님 유난히도 민 화투를 잘 치셨던 그 목사님이 혹시 이분이 아닐까?
어디에서 목회하고 계신지... 전화나 한번 드려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