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여는 글을 이리 시작하는 것은 지난 여름을 지독한 폭염으로 보냈기 때문이리라. 하늘은 어느새 저리 파랗게 날이 서고, 높아졌다. 북쪽 높은 산에서부터 그림 같은 단풍이 내려 가을을 기다린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넉넉한 들판은 황금물결로 출렁거리고, 기름진 밭에는 온갖 열매들이 풍성하다. 강물조차 떫게 물들었다.
창조주 하나님이 주시는 이토록 아름답고, 화려한 가을의 서정을 작은 영암골에 어찌 담을 수 있으리. 마음의 와닿은 은혜를 작은 글로 담아본다.
“강가 모래 언덕 은빛 갈대는
석양 노을 따라 아련한 그리움으로 서걱거렸다.
강물은 떫게 물들고
언제부터인가 백로 한 쌍이
갈대밭 끝머리에 앉아 생각이 깊다
100여일 뜨거운 여름을 지켜온
길섶의 백일홍은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지
붉은 꽃잎을 하나씩 떨군다
선홍빛 맨드라미는
뜨거운 눈물을 울컥울컥 토해내고
갈색으로 변하는 이파리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먼 산은
울긋불긋 단풍이 내려 덮고 있는데
지붕 낮은 카페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엘레지가 흐르고
커피 향 따라 아련한 그리움이 내려앉는다
가을이 내려앉고 있다
빛 부신 가을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서순석, 가을날의 서정)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