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들 ‘책임감’ 단어 되새겨야
임원선거후 대의원들이 물밀 듯이 빠져나갔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교단 정기총회의 전통처럼 굳어져버렸다. 선거개표 후 이어진 총회임원 취임식에는 불과 70~80명만 자리를 지켰다. 한 교단의 총회장으로 취임하고 새로운 회기를 열어가는 중요한 시점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방송카메라가 돌고 있었으니, 어떤 모습을 담았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다음날 계속된 회의에서는 그 숫자에서 10~20명이 더 줄어 있었다. 정해진 자리를 이탈해있으니, 대의원인지 대회원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여서 정확한 숫자조차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만큼 산만한 가운데 회의가 이어졌다는 이야기이다.
회의말미, “지방회에서는 폐회시까지 참석할 수 있는 대의원을 파송해야 한다”는 한 대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심지어는 어떤 한 대의원은 이런 현실을 개탄하며, “폐회 전에 무단이탈한 대의원에 대해서는 1년간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토해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문제는 이 과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해마다 쌓여 너무 무거워 보인다는 것.
어수선한 분위기속의 성찬식
“가장 성스럽고 경건해야 할 성찬식이 예배 폐회 후에 이어져 어수선했다는 평가이다. 퇴장하는 사람, 입장하는 사람, 일어서 인사를 나누는 사람 등등. 개교회에서도 예배 중에 성찬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15분 남짓한 성찬식을 폐회 전에 갖든지 아니면 저녁회의 시작과 함께 거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전화통화를 하면서 떡과 잔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는데….” 여기까지는 작년에 취재한 취재수첩 내용이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발견하게 된다. 성찬식을 통해 ‘구속의 은혜를 기억하고 새로운 삶을 결단’하는 성찬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면, 참여자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성찬식에 대해서는 되물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성찬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겠다.
서면보고 그리고 또 서면보고
둘째 날 이뤄진 각 산하기관의 보고도 또다시 교단총회의 약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총회본부를 비롯해 성결대, 신대원, 은급재단의 감사보고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 “OO에서 OO까지 유인물로 대체하자(보고 받자)”는 동의와 재청이 있었다. 이날 대의원들은 파송주체로서 총회 고유의 기능인 관리감독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박탈해버렸다.
유지재단, 남전도회전국연합회,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주일학교전국연합회, 성결신문사, 월간성결, 성결상담소, 김응조목사 기념사업회, 원로목사회, 원로장로회, 군종목사단, 예성부흥사회, 장로회전국연합회, 여교역자회, 교역자사모회, 예성장학회, 성락원 등의 기관은 이름조차 불려지지 않았다. 기관 구성원들의 애환과 땀이 묻힌 순간이었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의결로
올해도 불필요한 논쟁과 발언이 이어졌다. 작년에 비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인물이 발언’하는 수가 줄어들긴 했으나, 의결처리로 나아가지 못하고 논쟁으로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다.
주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비슷한 의견으로 주변자리를 맴돌던 것을 지켜보던 한 대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총회는 1년에 한차례 모여서 교단의 모든 살림살이를 의논하고 계획하며 협의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는 교단 최고 회의기관이다. 쓸데없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안건을 토의한 후에는 곧바로 의결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