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계절이나 의미면에서 볼 때,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지켜야 한다는 ‘토착화된 추수감사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11월에 추수감사절을 지키고 있다. 추수감사절은 인간이 하나님께 응답하고 표현하는 절기이다.
교회내 다른 중요한 절기인 부활절, 성탄절, 성령 강림절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사건이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신 사건이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에는 우리가 하나님께 향하게 된다. 2011년 이 가을, 하나님께로 뚜벅 뚜벅 나아가 감사의 제사를 드리자.
◇성경의 추수감사= 절기로서 추수감사의 유래는 이스라엘 민족이 지키던 세 절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유월절, 오순절, 그리고 수장절이 그것이다(출 23:14∼16). 유월절은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며, 오순절은 맥추절, 칠칠절이라고도 불리는데 첫 수확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초막절이라고도 불리는 수장절이 수확에 대해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의 유래로 볼 수 있다.
“수장절을 지켜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출 23:16 개역개정번역). 이스라엘 민족은 이 절기를 기쁨으로 지켜왔으며 감사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렸다.
◇우리나라의 추수감사= 기독교가 전래되기 전에는 의미적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음력 8월 15일, 즉 추석이 이 날에 해당하였다.
그러나 기독교 전래 이후 교회에서는 교단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인 선교사가 조선에 입국한 것을 기념하여 11월 셋째 주 일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켜왔다. 원래 미국 선교사의 조선 입국은 11월 셋째 주 수요일이었으나 그 후 요일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1902년경 경기도 이천 부근에서 추수감사절기를 지켰다는 신학월보의 주장도 있다.
◇의미 있는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의 큰 의미는 추수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그 첫 소산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예물을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수평적인 감사도 잊어선 안 되겠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추수감사절에 이웃 사랑이라는 기독교적 의미를 부가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절기로 보내고 있다. 더불어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에 대해서 감사하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동네에서는 이웃에게 감사하고, 교회에서는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 영광이요, 이 땅에서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유의미한 절기가 될 것이다.
◇추수감사절 교회 풍경=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전국의 1,200여 교단산하 교회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계절적인 추수의 절기를 맞아 영혼의 추수에 초점을 맞추는 전도 집회나 총동원주일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또 다른 교회들은 한해의 추수를 감사하는 기존의 감사절 예배와 함께, 음악회, 성찬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추수의 계절을 풍성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복된교회(유우열 목사)는 전 성도들이 직접 추수감사 헌금봉투를 제작해 헌금하도록 했다. 예쁜 봉투를 뽑아 시상키로 해 성도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해왔다.
금일도에 있는 도장리교회(최병두 목사)는 ‘한 성도 한 가정’ 초청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도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겠다는 각오이다.
추수 상징하는 ‘벼’이용해 강단 장식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벼 향기 가득
2010년 11월초 경기도 하남시 한 교회. 대학원에서 예배학을 전공하고 있는 L전도사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에게 좀 더 추수감사절을 피부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강단을 논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항상 강단을 바라보면서 예배를 드린다는 점에 착안해 강단에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 의기투합하는 몇 성도들과 함께 당장 벼를 베어서 강단을 가득 채우자고 제안하고 벼를 찾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벼 추수는 10월 중순. 그렇다면 이미 추수가 끝난 상태. 이미 머릿속에 벼를 중심으로 하는 예배 디자인이 가득 차 있어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한 교인이 “자신의 고향 일죽은 아직 추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행은 당장 달려갔다. 가보니 서리를 맞고 태풍도 맞아서 벼를 벨 수 없는 대부분 쓰러져 있는 벼들이었다.
L전도사 일행은 그것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서툴게 벼를 베어가기 시작했다. 땅 주인이 “내가 10분이면 벨 것을 1시간 동안 벤다”고 웃을 정도였다. 그래도 실감나게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벼를 베고 교회에서 다시 강단에 벼를 심는 작업을 했다. 베는 것보다 배나 어렵고 힘들었다. 벼를 심는 방법은 벼를 몇 개씩 모아서 묶고 그 안에 철심을 넣어 쓰러지지 않게 고정시키고 오아시스에 꽂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점점 강단이 논으로 변해갔다. 어느새 예배당 안에 벼 향이 가득했다. 그 다음날 예배시간, 강단을 바라 본 담임목사와 성도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헌신을 보여준 L전도사와 교우들에게 감사해 했다. 그해 이들의 추수감사절은 그 어느 해보다 더욱 풍성한 감사의 제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