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화 교수(성결대, 사회학)
지난 3월 26-27일에는 ‘고요한 은둔의 나라’ 한국에서 세계 50여국의 정상과 유엔 대표들이 모여 핵 테러 및 안보회의가 열렸고, 이 행사는 어찌 보면 역사 이래 최대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글로벌 코리아로서의 위상과 높아졌음을 실감케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를 대표하는 3대 기구 중 2개 기구(세계은행과, 유엔사무국)의 수장이 한국계란다. 더 이상 한국은 고요한 은둔의 나라도 아니고 가난한 나라도 아니다.
이번 국제 행사는 한류(韓流)와 맞물려 지리적 공간적으로 지구촌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분명하게 심어 주었을 것이다. 해외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통화를 하는 중에 한국이 이제 선진국이라며 해외에 살면서 자부심을 갖는 다는 것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며, 밤잠을 설치곤 한다. 정말 우리나라가 선진국일까? 한국이 세계교역 수치로서는 선진국임에 틀림없겠고, 국제행사가 서울에서 자주 열리고, 한류가 5대양 6대주로 불고 있으면서 한국의 정신과 물질문명이 글로벌 속에 빠른 속도로 침투해 가고 있는데, 정작 가까운 우리의 현실 사회는 어떤가?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 onal)가 작년에 발표한 한국의 부패수준은 183개국 중 43위(10점 만점의 5.4점)이며, OECD의 32개국 중 27위로 발표했다. 폴란드,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와 르완다의 수준이며, 아시아에선 싱가포르(5위), 홍콩(12위), 일본(14위), 한국 43위이다. 무슨 이야기 인지 실감이 안 갈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에 의하면 부패지수가 2.4포인트 향상되면 국가의 1인당 GDP가 4% 높아지고, 반대로 부패 비율이 0.78% 증가하면 빈곤 계층의 소득이 7.8포인트 감소한다는 것이다. 곧 빈곤층의 증가는 국세의 증가, 사회 양극화의 심화, 성장 둔화 등을 가져와 당장 우리가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것을 말 해준다.
지난 1월에 발표한 재정부의 미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 수준을 평가하는 공정성, 포용성, 안정성, 창의성의 4개 지표에서 2011년 질적 수준이 낮았고, 2020년에도 ‘불공정 사회’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제 안전성 저하와 가정 해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요즈음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화두로 정의(正義)에 대하여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양강좌로 마이클 센델 교수의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한국어 번역:정의란 무엇인가?)를 들 수 있으며,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된지 오래이다. 정의에 대한 문제는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여러 학자들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지면관계상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센들 교수는 정의를 미국사회의 이념적, 정치 경제적, 개인과 국가의 공동체적, 세속과 종교 윤리적 불균형 속에서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에 대한 희생으로서 최대다수의 행복의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증진을 뽑았다. 가까이는 지인인 정치사상가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주일대사였던 최상용 박사는 “정치란 정의의 실현이며, 정의는 곧 중용(中庸)이라며, 좋은 정치가 중용정치라는 것이다.
또한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정치학』에서 법에 따라서 ‘평등’과 ‘균등‘을 가진 국가 아래에서 인간의 유대관계로 파악하였고, J. B. 롤스는 정의를 그의 『정의론』에서 자유, 평등, 복지에서 찾았다.
성서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정의란 무엇일까? 뉴욕에서 목회하는 팀 켈러 목사는 그의 『Generous Justice』(한국어 번역: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를 둔 정의로서 약자에 대한 관대함을 주장하였다. 2012 성서 스토리텔링-다윗이란 좌담프로인 이어령-이재철 대담에서 이어령 박사는 하나님의 정의는 용서와 포용을 넘어선 사랑이라고 세상적 정의와 구분하였다. 정의란 결국 최대 다수의 자유, 평등, 행복, 사랑, 미덕, 배려임에 틀림없겠고, 그 반대인 부정의(不正義)란 정의의 반대개념일 것이며, 부정의 사회는 머지않아 나라의 국격이 바닥을 칠 것이며,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을 구하시고 계신다.
3월 성결대 총선, 4월 국회의원 총선, 5월 교단 총선 등 연이은 선거 속에서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선된 자들이나 유권자들은 낙선자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지 말고, 자신들이 부르짖던 정의를 사랑으로 승화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목말라하는 정의 사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