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교수 [성결대학교 신약학/참좋은교회 협동목사 ]
신약은 예수님의 부활을 거룩한 하나님의 영으로 체험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상징과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이 신앙 체험을 기록한 신약의 세계관의 배후에는 하나님과 사탄의 우주적 투쟁이라는 한 폭의 묵시문학적 상징화가 존재한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 그러나 각각 자기 차례대로 되리니 먼저는 첫 열매인 그리스도요 다음에는 그가 강림하실 때에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요 그 후에는 마지막이니 그가 모든 통치와 모든 권세와 능력을 멸하시고 나라를 아버지 하나님께 바칠 때라 그가 모든 원수를 그 발아래에 둘 때까지 반드시 왕 노릇 하시리니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는 사망이니라”(고전 15:22-26).
하나님은 죽음의 지배아래 놓인 인간을 해방하기 위해 사탄과 한 판 싸움을 벌이는데, 여기서 예수부활은 죽음의 세력을 짓밟은 하나님의 결정적 승리였다. 그러나 예수부활은 단지 그 승리의 ‘첫 열매’(avparch,)였다. 이 단어는 ‘하나님께 구별되어 드려진 첫 소산물(所産物)’이라는 뜻이다. 혹은 원문 ‘아포-아르케’의 의미대로 또 다른 부활의 여정의 출발점인 셈이다. 바울은 이 상징적 표현에서 그리스도가 강림하시고 부활의 둘째 열매가 맺힐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바로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의 부활이다. 하나님은 예수부활이라는 첫 열매를 통해 장차 모든 피조물이 덧입을 부활이라는 구원의 여정을 시작하신 것이다. 바울은 이렇게 확신한다.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할 것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을 삼키고 이기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전 15:54). 여기서 ‘썩지 아니할 것’과 ‘죽지 아니함’은 부활에 관한 표현인데, 하나님의 통치가 완전히 이루진 종말의 실체를 말한다. 신약의 세계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부활을 통해서 이 종말의 실체를 체험한 상징과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예수부활을 일으키신 하나님의 영의 현존(現存)에 관한 증언들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세계에서 성령은 예수부활로 체험된 ‘예수부활의 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부활 체험은 성령체험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부활의 영인 성령을 자신들이 덧입을 부활의 약속으로 경험한다. 이 체험은 본질상 종말론적이다. 이는 장차 이루어질 부활의 실체를 지금 이 세계에서 미리 앞당겨 경험한다는 뜻이다. 바울은 이러한 성령을 비유하여 장차 덧입을 부활의 ‘보증(금)(avrrabw/n)’이라 표현한다.(고후 1:22; 5:5)
하나님은 예수를 일으키신 것처럼 동일하게 우리를 일으키실 것이다. 그러므로 종말의 영인 성령은 그리스도인의 부활의 여정(旅程)에 주어진 하나님과 맺은 계약의 ‘보증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단어는 본질적으로 앞서 사용한 ‘첫 열매’와 같은 의미인 셈이다. 이제 성령은 예수부활의 플랫폼에서 피조물의 부활로 가는 먼 기차에 우리와 함께 오르신 것이다.
그리스도의 나심과 고난, 죽음,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인에게 임하신 성령의 보증, 마지막으로 강림(parousi,a ‘함께 함’)과 피조물의 부활, 이 전 과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함께하시는 거룩한 여정이다. 이 거룩한 동행에는 하나님의 높은 뜻이 드리워있다. 사랑이다. 사랑은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령의 피조물 된 그리스도인의 구원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 부활하신 예수를 통해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삶을 통과하여 마침내 부활의 둘째열매로 완성된다.
이 부활에 이르는 여정은 “성결의 영”을 따랐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여정과 동일하다.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하여 성서에 미리 약속하신 바, 육체를 따라서는 다윗의 후손에서 나신 그의 아들에 관한 것이고 성결의 영을 따라서는 죽은 자의 부활로부터(evx avnasta,sewj nekrw/n)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구별되신(o`risqe,ntoj)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이다”(롬 1:3-4. 필자의 번역과 강조). 장차 그리스도인은 성결의 영으로 부활에 이르게 될 터인데 바로 예수부활의 영과 동일한 성결의 영이 그들에게 “양자의 영”으로 수여되었기 때문이다(롬 8;11-18). 그리스도인은 구원은 예수부활의 씨앗이 뿌려져 시작되고, 부활에 이미 이르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르는 여정을 통해서 완성된다. 성결의 길이란 바로 예수부활의 체험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의 부활에 이르는 구원의 여정이다.
*이 글은 지난달 성결대출판부에서 출간된 필자의 책 『부활의 여정: 구원과 성결의 길』의 핵심을 담은 서론을 간략히 축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