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식 교수(성결대학교 신학대학원장)
선교 지도자상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하나님의 은총을 바라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하는 자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중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인본주의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이상하게도 인간이 하나님 없이 교만하여 방자하면 그 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지만, 그 시로부터 서서히 자신감이 상실되기 시작한다. 하나님의 선교를 담당하는 지도자들은 그들을 지켜주는 자신감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하나님이 보내셨으니 선교 현장으로 달려간 것인데,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선교의 의미는 없어지는 것이다.
선교 사역에서 현지인들에게 선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해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끊임없이 받으려고만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일수록 하나님의 오래 참음에 대하여 묵상하며 견뎌나가야 한다. 선교 지도자가 자기 생각과 자기 기질에 못 이겨 화를 내거나 다그치게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앙의 관계는 허물어지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걸어갈 때에 보통 화를 낸다. “빨리 오지 않고 뭐해!” 부모가 먼저 걷기에, 따라 가기가 벅찬 아이는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은 것이다. 부모가 빨리 걸어 아이들이 뒤쳐지는 것인데, 그 원인을 아이들이 잘 못했다고 다그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기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리함으로써 발생한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교 지도자들이 잘못되기 쉬운 것은 바로 하나님 중심이 아니라 자기중심으로 선교 사역을 감당하려고 할 때이다. 선교 사역에서 자신이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 아무리 선한 마음으로 현지인들에게 다가가도 자신의 언어 부족과 문화 차이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며 서운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자신이 사랑으로 그렇게 다가서는데 그것도 몰라주는 사람들이 서운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 중심”으로 “나는 유능하고 훌륭한 사역자가 되어야 한다”는 높은 기대감 때문에 섭섭한 것이다. 기대감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기 업적과 자기 자신에게만 감정이 집중되고 정작 선교로 보내신 하나님과 함께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선교 지도자에게 하나님의 큰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겸손하게 나를 사명자로 부르시고 훈련하여 보내신 하나님의 은총에 늘 연결될 때에 가능한 것이다.
선교는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것인 만큼, 구원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 없이 자신의 명철과 판단을 의지하여 교만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항상 하나님을 의뢰하고 맑고 깨끗이 사는 것을 귀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무리하게 지위를 탐내지 말아야 한다. 선교 지도자들에게 큰 자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리 곧 하나님께 인정받는 자리를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더 큰일이 없으며 주의 선교 사역에 쓰임 받는 것 보다 더 영광스러운 자리가 없다. 세상적인 것을 더 많이 얻으려고 몸부림치지 않고 오직 주님만으로 만족하고 그의 품에 안기면 고요와 평온을 간직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선교지도자는 교만을 버리고 겸손히 하나님을 의뢰하는 자가 되어서 그 마음에 안정과 평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