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목사 [신리교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국교회는 술렁인다. 사순절 때문이다. 사순절은 A.D 325년 니케아 공회에서 부활주일 날짜를 정하면서 생겨났다. 이전에 부활주일은 동·서방교회가 각각 유월절과 무교절을 기준으로 지켜왔다.
니케아 공회는 춘분 지난 첫 번째 만월 후의 첫 주일을 부활절로 정하였다. 당시는 부활절에 세례예식이 거행되었기 때문에 부활절에 앞서 40일간을 참회와 금욕생활을 하면서 부활절을 맞을 준비 하자고 결의한 것이 사순절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40일을 계산할 때 6번의 주일이 포함됨으로 이날을 뺀 40일이 되어야 하므로 그 시작하는 날은 수요일 즉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가 되었다.
세파에 찌들고 병든 심령 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내고, 부활의 영광에 동참하기 위해서, 재를 무릅쓰는 심정으로 시작한 재의 수요일을 통해, 40일간 날 위해 고난당하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는 사순절은 죄의 그림자에 가려진 인간에게 소망의 빛과 같은 절기이다.
이렇게 죄를 벗고 빛 가운데서 부활의 영광을 힘입기 위해 회개와 참회를 위한, 금식은 사순절기간 동안 행하여져 왔다. 이 전통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주간의 수난과 죽음을 상기하며, 부활주일을 준비하는 사순절로 자리하게 되었다.
비록 1년 365일을 전인적 그리스도인으로 살지 못해도 부활절을 앞둔 40일 동안만이라도 그리 살려고 애써왔다. 그 40일을 온전히 살지 못해도 많은 그리스도인은 기도, 금식, 회개와 자기부인(自己否認)을 통하여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사순절에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순절에는 그림자도 있다. 사순절에 마땅히 지켜야 할 금식의 문제는 인간이 감당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이로 죄책에 휩싸이고 형식적이고 외식적으로 행하게 되어, 주께서 허락한 음식 등에 관한 자유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런 것에 매이게 되는 것은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사순절에 빛을 보는 자와 그림자만을 보는 자들이나 교파와 교단을 중심으로 한 사순절에 관해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이 논쟁은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우리나라 대한민국 교회의 문제만도 아니다. 사순절에 관한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수 백 년 전 종교개혁 이후부터이나 사실 그보다 더 오래된 로마 가톨릭에서도 논의되었다.
그럼 ‘사순절에 관한 논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성경에 사순절이란 절기는 없다는 것이며, 이렇게 성경에도 없는 절기를 만들어, 사순절에 금식을 강요하고 특히 고기도 먹지 못하게 하며 밟고 화려한 색상의 옷도 금했다. 이를 어기면 큰 죄인 취급을 한다는 점이다.
1998년 예장(합동) 제83회 총회 보고서를 보면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은 마땅치 않는 일’라고 결론을 내렸으며(제83회 총회 보고서 p.369-420), 84회 총회에서 아예 ‘사순절을 지키지 않기로’ 결의하였다. 그 이유로 ‘사순절이 로마카톨릭이 결정한 것’, ‘『칼빈, 기독교강요 IV. 12』에서 사순절의 금식이 미신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하는 칼빈의 주장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325년 니케아 공회에서 결정한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참회와 금욕생활을 하도록 결정한 것은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초창기의 내용과는 다르게 형식적으로 변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그 자체가 미신적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오히려 그때의 정신을 성경말씀에 기초를 두고 사순절의 빛을 계승 발전시켜 부활의 영광에 동참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