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목사 [신리교회 / 본지 편집위원]
어느덧 선거철이 되었나 보다. 신문을 펴며 TV를 켤 때마다 온통 선거 얘기로 가득하다. 간간이 걸려오는 전화도 우리 교단의 총회 임원선거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렇게 기승전 ‘선거’가 되는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함은 선거는 미학(Aesthetics)이기 때문이다. 아니 미학이 되어야 한다. 네이버 위키 백과사전에 의하면 ‘미학(Aesthetics)’은 철학의 하위 분야로 아름다움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했다. 선거는 인간의 삶의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임을 선거의 목적과 의의를 통해 알 수 있다.
선거가 지닌 구체적 의미는 보통 두 가지로 설명한다. 선거에는 표면적 의미와 내면적 의미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내면적인 의미는 선거의 기능이나 의의를 중시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법적이고 공식적인 절차이다.
즉 국민이 자신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해 대표자를 선출하여 삶의 안락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또한,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대표자들을 감독하고 필요시 교체하여 권력의 독재와 부패를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과 복락을 지키는 핵심적인 주체의 역할을 하기에 선거는 미학인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미학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투표가 중요하다. 대개 선거와 투표는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선거는 민의(자신)를 대표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과 제도를 의미하고, 투표는 이 과정에서 누구인가에 자신의 표를 던지는 행위이다.
선거는 시민의 복리와 행복한 삶을 구현할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선거 자체가 미학이다. 그러나 선거의 미학은 투표로 완성된다. 내가 행사한 투표가 선거가 얼마나 미학이 되게 하느냐를 결정함으로 나의 한 표가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대개 선거에서 사표방지를 위해서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말을 한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것은 선거가 가지는 목적이나 의적인 면에서 보면 매우 잘못된 처신이다.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낙선해도 그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다.
그 한 표를 통해 유권자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갈 수 있게 된다. 비록 자신이 지지한 자가 낙선해도 이를 통해서 당선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것이다.
당선자에게 자신이 받은 지지표의 비율을 통해, 자신의 공약과 정책이 100%로 지지받은 것이 아님을 알게 하고, 이점을 참고하도록 하여, 더 완전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선거는 고약하게 해야 한다. 고약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비위에 거슬리게 나쁘다는 말이다. 그러나 ‘고약하다’의 어원을 보면 왜 선거는 고약하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고약하다는 말은 세종 때 형조참판 고약해(高若海)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세종대왕에게 고약해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굽히지 않고 관찰될 때까지 주장하다가 세종22년(1440년) 삭탈관직까지 당했다. 세종은 후일 그의 말이 옳은 것을 알고 복원시켜 주었다. 그 후 말을 듣지 않는 신하를 보면 세종은 “이런 고약해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바로 이 말에서 고약하다는 말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선거의 미학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표를 할 때만큼은 학연 지연 혈연 사적 감정에 매이지 말고 진정한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교단임원선거나 국가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자신의 신념으로 고약하게 선거하여야 선거의 미학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