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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김응조 목사 34주기를 맞이하며
내가 만난 스승 김응조 목사님
2025-04-14 오전 10:48:00    성결신문 기자   


“자네는 김응조 목사님한테 가서 배우게!”
신학교 진학을 앞두고 상담하던 내게 서울신대 명예학장이신 이명직 박사님께서 주신 권면의 말씀이다. 

1966년 12월 초 대학 선택을 놓고 기도하던 중 직장에 휴가를 얻어 신학대학 주소 몇 개만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성경을 깊이 알고 싶은 열망에 어느 학교로 가야 하나 고심하다가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 신학교 선택
상도동에 있는 총회신학대학과 서대문 감리교신학대학 그리고 광나루 장로회신학대학을 방문해서 입학원서와 교육과정 자료들을 구입했다. 방학 중이라 교수님을 만날 수가 없었고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아현동 서울신학대학을 찾아갔다. 

원서를 사서 나오다가 교정에 뒹굴고 있는 낙엽을 쓸고 계신 관리직원을 만났다. “진학 상담할 교수님을 뵐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운동장 바로 옆 관사로 안내했다. 서재에서 돋보기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시던 이 박사님께서 불청객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하얀 수염에 인자하신 모습이 다정하신 할아버지처럼 느껴져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 이유를 말씀드렸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봄에 하나님의 소명을 받게 된 경위와 아버님의 갑작스런 별세로 진학을 미루고 직장생활(공무원)을 하면서 어머니와 가족을 부양해 왔으나,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어 사표를 내고 주의 종의 길을 가고자 하니 잘 지도해 주십시오”하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다. 나의 설명을 다 들으신 박사님은 한마디로 “자네는 김응조 목사님한테 가서 배우게!”라고 권면해 주셨다. 

우리 학교(서울 신대)로 오라고 하지 않고 김응조 목사님이 계시는 ‘성결교신학교’를 소개하여 주신 것이다. 나는 그때 이 박사님께서 주신 말씀이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이 박사님이 알려준 대로 독립문 옆 행촌동에 있는 성결교신학교를 찾아갔다. 입학원서와 교육과정 자료를 구입하고 사무실에서 전영식 목사님의 자세한 설명과 친절한 안내를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 김응조 목사님을 만나다
1967년 봄 합격통지서를 받고 옷 몇 가지와 작은 책상에 이불 짐을 들고 장항선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내려 서소문과 서대문을 지나 인왕산 언덕까지 짊어지고 올라갔는데 조금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숙사 방 배정을 받았는데 2평 정도 크기에 4~5명씩 되었다.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환경에서 전교생 100여 명이 모인 입학 및 개학식 예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은혜와 감동의 시간이었다. 처음 뵙는 김응조 목사님의 ‘나를 따라오너라!’(마 4:18~22)라고 하는 제목으로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한 설교 말씀은 내게 큰 울림이 되었다. 강의 시간마다 기대와 설렘 속에 김 목사님을 통해 구약성경(모세오경, 역사서와 예언서)과 목회학 그리고 예수 재림론과 성서적 정통신학을 배웠다.

◇ 앨범 없는 졸업식
육군에 입대하여 3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4학년에 복학하니 48명이 되어 강의실이 좁았다. 그런데 4월 되어 교단 총회가 끝나고 나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갔다. 일부는 혁신 교단으로 분립하여 갔고, 기성 교단과 서울신대로 가고, 장로교 감리교로 흩어지고 졸업반은 15명(남 9, 여 6)이 남았다. 

결국 졸업앨범도 없는 눈물겨운 졸업식이었으나 김응조 목사님의 ‘갈찌어다!’(마 28:18~20)라고 선포하시던 졸업 예배 설교 말씀은 다시 한번 주님의 종으로서 복음 전파와 영혼 구원의 사명감을 일깨우고 가슴에 뜨거운 불을 붙여 주셨다.

◇ 스승님의 부르심을 받고 모교의 강단에 서다
‘각종학교 학력’으로도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는 고려대학교로 나는 연세대학교로 갔다. 대학원에 원서를 냈더니 접수도 안 해주고 거절당했다. 실망하고 돌아오니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는 고려대 대학원에 접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용기를 내서 연세대에 갔다. 

내 설명을 들은 교무처 직원이 직접 교육부 학무과로 전화하더니 ‘성결교신학교는 대학 학력 인정학교’로 대학원 진학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확인하고서 원서접수를 받아 주었다.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대학원에 다니면서 저명하신 교수님들을 만나고 학문의 폭을 넓히는 매우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졸업논문(예수님의 교육 방법 연구)이 통과되어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고 나니 총회 본부에서 축하패를 만들어 양광석 총무님이 직접 가지고 와서 축하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각종학교 학력’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제1호 졸업생이 되었다. 

얼마 후에 박사학위(종교 교육학)를 받게 되었을 때에도 총회에서 <총회장 김무석 목사> 축하패를 준비해서 축하해 주었다.

78년 봄에 전영식 학장님이 부르셨다. 모교에 와서 강의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족한 내게 너무 무겁고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되어서 정중하게 사양했으나 이성주 교무처장에게 강의과목을 받고 준비해서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에서의 교수 사역 17년 동안 스승이신 김응조 목사님과 전영식 학장님, 이성주 박사님을 모시고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즐겁게 연구하며 가르친 학생들과 어울려 지낸 모교에서의 학원 생활이 내게는 큰 보람이요 기쁨이고 행복한 시간들이 되었다.

◇ 스승님 곁에서 교회를 개척하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신길교회에서 전도사로 시무하게 되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나고 교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이낙현 담임목사님이 총회장이 되어 50여 개 남은 교회들을 수습하고 교단 재건을 위해 힘쓰셨는데 갑자기 중립을 선언하시고 교단을 기성으로 옮긴다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 

어느 날 선임 장로님이 나를 만나자고 하시더니 당회에서 기성 교단으로 가기로 결의했다고 하면서 송 전도사도 함께 가면 미국 유학을 보내주고 신길교회 후임자로 내정할 것을 의논했으니 기성으로 가자고 하셨다. 나로서는 고마운 말씀이지만 망설이지 않고 “나는 스승이신 김응조 목사님을 떠날 수 없습니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신길교회에 사임서를 내고 교회 개척지를 찾아 금천구 독산동으로 이사했다. 

1976년 5월 2일 총회장 조병창 목사님을 모시고 5평 가게를 빌려서 7회 동기들이 사준 강대상을 놓고 창립예배를 드린 후 현판식을 갖고 독일교회가 개척되었다. 조 목사님이 주신 ‘주님이 귀하게 쓰는 그릇’(딤후 2:20~21)이라는 설교 말씀은 나의 목회 사역에 좌우명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 봉직하고 있는 동안 학장님과 서울남지방회가 주일에는 독일교회를 섬기도록 허락해 주셨기 때문에(교회에서 사례비는 받지 않음) 1988년 11월 예배당을 신축하고 입당예배를 드릴 때는 93세가 넘으신 스승님이 기쁜 마음으로 오셔서 축하와 축복기도를 해 주셨다. 

◇ 성결동산에 잠드시다
김응조 목사님은 독일교회 성전입당예배에 다녀가신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고 쇠약해지신 모습으로 안양 자택에서 요양하시다 살고 계신 주택도 학교에 헌납하시고 96세에(1991년 4월 17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정든 학교와 제자들을 남겨두고 천국으로 가셨다.

그리고 스승님의 몸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제자들의 손으로 영정을 모시고 운구하여 대학교 교정 곳곳을 둘러보시고 성결신학원 동산에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평안히 잠들어 계신다. ‘스승’에 대해서 “평범한 스승은 말로 가르치고 앞선 스승은 설명으로 이해시키고 빼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라는 말이 있다.

스승님 가신지 34년, 오직 성경, 오직 복음, 오직 성령 충만으로 영혼 구원을 외치고 가르치시며 삶으로 모범을 보이시고 제자들에게 감화를 주신 위대한 스승님의 영성이 그립습니다.

스승님, 뵙고 싶습니다! 아주 많이요.

송덕준 목사 [독일교회 원로]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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