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TV 의학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보며 순간순간 눈물 흘리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왜?”라고 물었다. 어려운 병을 이겨낸 등장인물들의 감동스러운 이야기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환우의 슬픈 사연도, 심한 산통 후 아이를 잘 출산한 산모와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의료진들의 활약도 아니다.
시리즈 총 12편이 진행되는 동안 내 마음이 꿈틀된 장면은 한결같다. 레지던트 1년 차 의사들이 우왕좌왕하면서도 매회 성장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 병원 모든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역할에서 물러서지 않는 단단함으로 함께 얽혀있음을 볼 때마다 그랬다. 반목이 있고, 다툼이 있지만, 아직 설익은 의료행위에 두려움이 있지만, 생명의 위급 앞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응원하며 자신의 맡은 책임에서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하는 모습이다.
물론 현실과는 다른 드라마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펼쳐진 스토리이지만, 우리 사회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각색되어 똑같은 일이 삶의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지만, 그러나 늘 동일한 흐름 속에 의사라는 직군의 사람들이 이렇게 교육받고 성장하고 있음을 보았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산과과장이 자신의 제자가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고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오늘이 내 삶에 가장 좋은 날이라며 “오늘이 내 소원성취한 날”이라 말하는 대사에서 배움도 진지해야 하지만, 가르침 또한 한결 더욱 진지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더불어 드라마 전체 스토리를 통해 오늘의 세상은 늘 결과에 집중하지만 결과 보다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하고, 그 과정이야말로 정의로워야 함을 말하려는 드라마 속 작가의 의도가 마음 한구석을 깊이 찌른다. 결과에 정의로움이 있는 사회에서, 결과에 다다르는 수단과 방법은 어떠해도 좋을 사회 속,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소명과 삶의 철학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다루는 내용은 나로 하여금 신학교육, 목회실습, 승계(선임자의 뒤를 이어받음)라는 소명의 삶이 세상의 현실에 내 던져져 있는 오늘을 보게 한다.
제104회기 총회를 마치고, 새로 선출된 임원회와 구성된 실행위원회에 대한 기대와 당부의 글을 쓰며 앞서 길게 드라마 속 이야기 같은 하찮은 말을 하게 되어 면구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시작한 것은 104회기 총회가 모쪼록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다음세대 사역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교육하며,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결정을 고민하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다음세대 목회자들은 우리의 삶으로부터 배울 것이고,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는가로부터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로목사 청원 12건과 목사안수 청원 14건이 보여주는 예성교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신정통치(theocratie)의 현실 적용의 어려움과 인간의 자유,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은 민주정치(domecratie)로의 전환을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 주권 사상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세속과 신성을 분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고, 국가와 교회가 분리된 것이다. 이성, 과학, 정치, 일상생활을 세속적인 것으로, 신성한 것을 초월, 예배, 영적 세계로 구분하자 교회는 이성과 싸워야 하고, 과학의 반대편에 선 무지성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신앙과 삶을 구분해버린 것이다. 개인적인 만남에서는 인격과 신앙의 삶이 존경의 대상이지만, 윤리와 도덕, 정치, 공정과 정의의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신앙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 정치의 논리와 파벌의 이권과 권력의 욕심은 성속을 구분한 현재의 삶에서 신앙과 괴리되고야 만다.
성경을 사리사욕으로 사용할 작정은 없지만, 헌장으로 대표되는 교회법과 교회의 권위는 사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제 104회기 총회는 윤리와 실천이 괴리된 이분법적 신앙을 극복하고, 신앙이 사적 감정의 영역으로부터 정치, 경제, 문화 등과 같은 사회적 담론에서 조차 여전히 신학(신앙)적 언어로 표출되기를 소망한다. 현재 필요한 사람을 위임의 자리에 세우는 것도, 이후 그 자리를 승계할 다음 세대를 키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함께 유쾌해야 하지만, 또한 함께 진심으로 진지해야만 할 때다.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와 성도를 섬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다음 세대 목회자를 만나는 우리 인생 최고의 날이 이번 104회기를 통해 예성교회에 이뤄지기를 소망해본다.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의 모든 결정이 성속을 구분한 이분법적 논리 안에서 이뤄지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화해적 통전신학과 하나님나라 신학의 기반 위에 서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럴 때 우리 다음세대가 우리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가장 큰 기쁨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임시영 목사 [신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