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된 예·결산은 한해 사역의 결정체
숫자 뒤에 숨겨진 하나님의 뜻 찾는 노력 필요
교회의 12월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사무연회 준비로 분주하다. 크리스마스가 구주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우리의 신앙을 재점검하는 절기라면, 사무연회는 교회내 구성원들이 참석해 한해를 결산하고 새해의 비전을 확인하는 현장이다. 이때 한해의 표어(목표)제시로부터 시작해, 새로운 일꾼들이 임명되고, 또 1년의 교회행사 계획안이 발표된다. 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담임목회자의 목회 지향점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교회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신년도 인사임명을 이때 발표함으로서 긴장감을 높이는 교회도 있다.
사무연회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순서가 있다. 1년 수입 지출의 예·결산 보고이다. 기존에는 인쇄물을 배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나 대외비(?) 성격을 띤다는 이유로 어떤 교회에서는 보고 후 수거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화면상으로만 비춰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결산서를 받아든 성도들은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연로한 성도들을 자괴감에 빠뜨리며, 젊은 청년들을 방관자로 만드는 무의미한 숫자들의 나열은 아닐까.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떠나보자. 혹 해답을 찾지 못한다 해도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는 사무연회가 될 것이다.
# 숫자와 친해지기
100,000,000을 1억이라고 곧바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제일회계법인의 최호윤 회계사는 어린시절을 회고하며 “사무연회 시간 중 예·결산 보고시간이 가장 무의미했다”고 기억한다. 그렇다면 이쪽 계통의 직업을 가진 이후에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회계사가 된 이후에는 예·결산 서류를 받아 든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까 생각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자신도 숫자를 다루는 회계사가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숫자와 친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예·결산 서류는 수의 형태로 표현된 의사소통의 한 도구이다. 숫자 속에 의미가 담겨있고 하나님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최 회계사는 “숫자는 또 다른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적 도구이지만, ‘전달하는 의미가 내포된 숫자적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부족함’이 의사소통의 단절로 만든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위탁하신 재물을 잘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숫자와 친해지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숫자와 친해지기,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 결산서는 한해의 사역보고
결산서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숫자의 형태로 녹아있다.
결산은 한 해 동안의 활동내역을 문자가 아닌 숫자의 형태로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결산서에는 한 해 동안 교회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숫자의 형태로 녹아들어있다. 교회의 사역과 정체성을 증거하는 함축적인 사역보고서인 셈이다. 우측의 표와 같이 00교회의 구제비, 선교비 항목을 보라. 5,653,000원을 구제하는 곳에 사용했으며, 18,175,000원을 선교비로 지출했다.
그렇다면 숫자에 담겨있는 언어적 의미를 이해해보자. 5,653,000원, 18,175,000원의 수치는 결산서 상의 지출항목과 금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구제와 선교사역이 OO교회를 통해 그 수치만큼 이 세상 속에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연약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복음의 확장’을 위해 OO교회가 그 사역을 감당한 것이다.
이처럼 숫자에 사역의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님의 손길을 찾으려고 할 때, 더 이상 결산서류는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기쁨의 결실을 나누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무연회로 이루어진 교회공동체가 이를 파악하고, 같이 즐거워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릴 때에 ‘교회에 맡겨주신 재정관리의 청지기역할’을 우리가 진정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예산서는 숫자로 된 새해 계획
교회의 비전과 꿈이 예산서에 담겨져 있다면…
표에 나와 있는 OO교회의 선교비 결산은 8%에 그치고 있다. 2천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은 큰 규모이지만, 전체 재정 규모로 볼 때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만약 자신들의 교회를 ‘선교지향적인 교회’라고 말하는 교회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막상 선교항목의 지출예산이 다른 항목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이거나, 비율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교회의 선교비전은 아직까지는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산서는 다음 년도에 이러 이러한 일들을 하겠다는 계획을 문자가 아닌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선교하는 교회’라면 당연히 선교비가,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라면 구제비나 행사비가,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라면 교회학교 교육비가 타 항목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가령 목표가 세워지면 그 목표와 비전을 이룰 수 있는 항목에 집중적인 집행과 예산배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무연회시 예산항목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교회의 비전을 확인해보라. 이전보다 더욱 더 의미 있게 숫자가 다가올 것이다.
# 예·결산 보고에 담긴 큰 뜻
사람이 사람에게가 아닌 하나님께 드려지는 시간
사무연회에서 결산서류를 승인하는 것이 단순히 ‘결산서류가 회계적 관점에서 적정하게 잘 기록되었다는 점을 감사가 보고하고 이를 교회공동체가 승인하는 차원’에 머무르면 이는 기업이나 일반 단체가 감사보고를 하고, 총회에서 결산서를 승인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회에서의 결산은 달라야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재정은 교인들이 재정담당자들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교회에 위임하신 것이다. 따라서 결산보고는 재정담당자와 감사가 사무연회에서 보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회공동체 전체가 한 해 동안 관리한 재정의 결과를 하나님께 보고하고, 올려드리는 과정이라는 점이 본질적인 의의이다.
예산을 사무연회에서 승인하는 과정도 짚어봐야 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예산을 공동의회에서 승인하는 과정이 재정담당자들이 제시한 계획을 제 3자적 입장에서 승인하는 관점이 아니라, 예산서에 담겨 있는 계획들이 교회공동체 구성원인 성도 자신의 계획이고, 헌신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언약을 약정하는 시간이 될 때에 재정관리를 맡은 자로서 바른 출발점에 서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 예·결산서 돋보기
숫자로 된 보고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Tip
△목회계획과의 일치= 서술형으로 표현한 목회계획과 숫자로 표현한 예산서의 방향과 중요성 등이 일치하는 여부를 확인한다. △균형감= 개별 항목의 금액적 규모보다 전체 예산 대비 항목별 비중을 비교하면서 전체적 방향성과 중요시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증감= 전년도 발생액과 증감액과 증감비율을 비교하면서 재정관리의 추이변화를 주목하여 본다. △예산대비 차이분석= 결산서 검토시 예산대비 실제 집행액의 증(감)차이 발생원인을 파악하여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 수정여부에 대하여 고민한다.
△예비비 비중= 예산 수립시 미확정 항목에 대한 유보금액으로 표시되는 예비비의 비중이 전체 예산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적정한지) 검토한다. 또한 예비비 계정이 결산 항목으로 표시된 경우 예비비가 본 항목으로 전용된 내역(예비비 사용내역)을 같이 검토한다.
△계정별 상관성 검토= 사례비와 은급남부금이 일정한 비율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같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기준이 되는 항목의 경우 상관 비율관계가 적절한지 검토한다.대부분의 교회 결산서를 살펴보면 수입부분은 대동소이하지만, 지출항목은 교회마다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기준은 없는 만큼 교회상황에 따라 유사한 항목들끼리 분류해 결산서를 작성하면 된다. 참고로 항목과 금액만 표시된 결산서보다는, 상대적 비율(전체 금액 대비 해당항목의 % 비율)을 같이 병기하는 결산서가 의미를 전달하기 쉽다. 회계관련 전문가들은 위의 표와 같이 적절한 계정 분류와 상대 비율, 전년도 대비 당해연도 결산을 같이 실으면 숫자와의 대화가 더 쉬울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