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교회와 사역이 시작될 수 있는 선교지가 될 수 있어
뉴미디어 시대 맞이해 ‘교회는 미디어 필그림’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어
1995년 프랑스 주교 자크 가이오(Jacque Gaillot)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목회하던 중 지역 노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프랑스 정부의 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 격리 정책에 분노를 느끼며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저서와 다양한 언론을 통해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가톨릭교회는 가이오 주교의 급진적 사회활동에 부담을 느끼며 그를 파테나(Partenia) 교구로 전출하였다. 하지만 가이오는 지도를 아무리 뒤져도 이 지역을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알제리(Algeria)에 위치한 초대교회의 중요한 교구였지만, 6세기 이후 이 지역은 사실상 사라지며 북 사하라 모래언덕 위 불모지가 되었다.
가톨릭교회는 실재하는 주교에게 가상의 교구를 위임한 것이다. 여기에서 가이오 주교는 새로운 발상을 시작하며 자신의 소명을 위한 중요한 실험을 하게 된다. 파테나 교구를 온라인에 둔다면 어떨까? 가이오 주교는 이 가상의 교구를 자신의 사회적 비전을 설파하는 새로운 근거지로 삼아 프랑스 뿐 아니라 랜선을 타고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동조를 이끌게 된다. 이렇게 그는 최초의 온라인 가톨릭교회의 주교가 되었다.
가이오 주교는 파테나 교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현대사회에서의 온라인 교회의 의미를 기술한다.
“원시교회는 일종의 인터넷이었다. 이것이 로마제국이 원시교회를 제거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초기 기독교 교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간의 연결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이 교구는 일련의 전기신호로만 존재하지만 성령이 깃든다면 이 안에서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이다.”
가이오 주교는 파테나가 오랫동안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가상적 교구로 존재한 의미를 탐색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우리 시대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를 논의하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온라인 세상은 창조자의 섭리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선교지이며 선교의 통로인 셈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비즈니스와 사회활동은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창업의 기반이 되었다. 이베이(Ebay)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Pierre Omidyar, 1967~), 구글(Google) 창업자 레리 페이지(Larry Page, 1973~), 넵스터(Nepster) 창업자 숀 페닝(Shawn Fanning,1980~),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1984~) 등은 20세기 제조업 기반의 미국 기업 색깔과 성격을 바꾼 새로운 사업가들이다. 이들이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기성세대의 자본과 경험으론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사업 지평을 발견한 것이다.
한국 교회 역시 현재 젊은 사역 지망생들의 진로는 세상의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척교회(소규모 자영업)와 부교역자(비정규 노동자)로 제한된 진로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역방향 설정은 학생들 뿐 아니라 신학교 교수들의 고민이다.
그러나 신학교 커리큘럼은 이들 젊은 사역자들에게 지나간 방법들만 답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교회와 사역이 시작될 수 있는 유망한 선교지가 될 수 있다.
종교사회학자 브랜다 브래셔(Brenda Brasher)는 ‘온라인 종교’(online religion)는 교회가 “지원하고 보호할 글로벌 미래의 동반자”라고 역설한다.
그는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데이팅’의 활성화된 바로 그 시점부터 수많은 영적이며 종교적인 소통과 체험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참여의 이유와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고 분석한다. 그녀는 온라인 시대에 사람들은 여전히 ‘영적인 필요’를 강하게 느끼며, 그들은 기존 교회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구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미주 지역에서 종교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6년 언론인 케시 스튜어트(Kathy Stewart)는 온라인 종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경우 불과 20%만이 기성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신앙 자체를 등진 것이 아니라 기성 교회가 이들의 영적인 관심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거나 정기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추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며 실제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온라인 종교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온라인 교회의 성패는 그 콘텐츠에 있어 차별화가 중요하다. 단지 예배 중계 서비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구성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굳이 실시간일 필요가 없다. ‘동시성’(live)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비동시성’이야 말로 온라인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변혁이니까 말이다.
정교한 구성과 촬영과 편집을 통해 불필요한 요소들은 잘라내고, 필요한 부분을 더 강조하고 보정하는 후반 작업이 미디어 콘텐츠의 미덕이다. 또한 예배 뿐 아니라, 강연, 상담, 오락,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가 서로 연대하고 데이터베이스화될 때 온라인 교회는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종교 활동이 위축되며 유튜브에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담아내는 콘텐츠들이 크게 증가하였고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좋은 콘텐츠는 재미와 오락의 차원을 넘어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온라인 콘텐츠들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서 기독 콘텐츠가 기존 교회 생활을 대체하며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교류와 커뮤니티 역시 새로운 종교 활동의 중요한 관건이다. 미디어학자 하이디 캠프벨(Heidi Campbell)은 온라인 교류 활성화의 요인으로 쉽게 참여와 탈퇴가 가능한, 유연한 경계들, 위계와 질서와 같은 형식의 약화, 그리고 익명성을 꼽았다. 이런 요소들은 오프라인 공동체가 겪는 불편과 갈등의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공동체가 반사적으로 강점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익명성은 개방성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익명성은 단지 물리적 형체가 보이지 않을 뿐 자신의 심리적인 모습은 현실공간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진지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개인이 익명성 가운데 자신을 감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새롭게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실공간의 제한을 벗어난 심리적 자유는 오히려 이 공간 안에 기존 교회의 형식과 틀을 넘어선 보다 솔직한 영적인 구도와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예배당에서 임재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교회가 수행하는 예배와 성도의 교제는 공간을 넘어 하나님과 신자 간의 신실한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이런 전제 속에 우리 시대 교회는 익숙한 형식을 넘어 늘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따라 창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기술문명과 미디어의 발전과정과 조우하며 이를 통한 선교 사역을 지속했다. 기독교는 당대 미디어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 평가와 함께 그 세속적 수용을 경계해왔지만, 동시에 그 기술적 진보를 선교와 목회의 동반자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말해 그 시작부터 기독교는 미디어로부터 독립된 순간은 없었다. 오늘날 급속히 발전하는 뉴미디어(new media) 시대를 맞이해 교회는 또 다른 ‘미디어 필그림’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온라인 세계는 현대인의 일상에 점점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시점에 교회가 무시할 수 없는 선교지이다. 당연히 그 곳에 교회가 있어야 하고, 그 교회는 기존 교회와 다른 방식의 예배와 사역이 필요하다. 코로나 위기를 통해 한국교회는 온라인 사역의 중요성을 체감하였고, 현실적 방법들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교회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어릴 때부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그 곳에서의 활동과 소통 방식에 익숙한 신세대 온라인 선교사들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마치 해외 선교사가 되기 위해 현지 언어와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처럼 온라인 세상과 언어와 문화에 대해 전문적으로 준비한 선교사와 이를 지원하는 범 교회적 협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주변에도 온라인 교회와 사역에 대한 구체적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교역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들이 펼쳐갈 새로운 선교적 활동에 대한 기대해 본다.
사이버스페이스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가능성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하지만 가능성은 긍정과 부정, 아직 발현되지 않은 모든 결과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논할 때 역동적인 부분 뿐 아니라 현 시점에 진행되는 과정의 의미를 발견하고 역할을 재규정하는 논의가 중요하다.
18세기 존 웨슬리가 감리교 부흥집회를 확대할 때 영국 성공회 목회자들과 마찰이 생겼다. 왜 남의 교구에서 집회를 하느냐는 불만이다. 웨슬리는 이렇게 화답한다. “나는 전 세계를 나의 교구로 여긴다.”(I look upon all the world as my parish.)
온라인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현실적 가상세계’(real virtuality)이고,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의 연장이며, 교회가 세워져야 할 ‘교구’이다.
오늘날 팬데믹 이후 재편된 시대 상황 가운데에, 또한 교회 임지와 개척의 어려움을 겪는 젊은 사역자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윤영훈 교수 [성결대학교 /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