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영 목사 [신수동교회]
최근 ‘어린이’라는 낱말과 관련하여 논쟁이 있었다. 신조어 ‘요린이(요리에 서툰 사람)’, ‘주린이(주식 초보)’와 같은 말들 때문이다. 어떤 활동에 ‘어린이’의 축약어인 ‘린이’를 붙여 서툰 사람 또는 초심자를 귀엽게 언급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별 논쟁이 될 것도 없다 싶은데, 이런 말이 어린이를 얕잡아 보는 사회 현상을 대표하는 표현이란 주장과 더불어 논쟁이 되었다.
‘어린이’는 순우리말로, ‘어리석다’를 반영하는 듯하나, 중세 국어에 와서 ‘어리다’가 ‘나이가 적다’로 의미가 변화되면서 ‘어리다’의 관형사형 ‘어린’에 의존 명사 ‘이’가 결합되어 ‘어린이’가 되었다. ‘어린이’는 또한 1920년 방정환 선생이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용한 말이다.
늙은이, 착한이 같이, ‘이’라는 글자는 ‘높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어린이’는 그 단어 자체에 높임의 뜻이 강조된 단어다. 따라서 ‘요린이’, ‘주린이’ 등은 얕잡아 낮춰 부르는 말이 아니다. 인격의 존중 안에서 초심자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편 Kidult(키덜트)라는 말 또한 유행이다. Kid(키드)와 Adult(어덜트)의 합성어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갖가지 향수들을 잊지 못하고 그 경험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소비하고자 하는 현상을 집약한 단어다.
우리는 ‘믿린이’란 단어를 교회 안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대를 초월하여 믿음의 초심자를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믿린이’를 온전한 신앙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개인적, 공동체적 관심을 쏟는다. ‘믿린이’는 그들의 약한 믿음을 탓하는 말이 아니라, 오늘 새롭게 거듭나 그리스도인이 된 이들을 축복하며, 최대한의 배려를 위한 말이다. 문제는 믿린이 안에 숨은 ‘키덜트 믿음’이다. 교회 공동체의 책임 있는 존재들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초심자의 신앙에 머물고 있는 믿음이다.
어린 시절 가질 수 없던 것을, 성년이 되어 스스로 갖게 된 경제력으로 장난감을 구입하듯이, 믿음의 구매력(?)을 초심자 때의 욕구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세상은 이 같은 키덜트 산업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의 가능성을 본다. 교회는 어떨까? 문제는 쉽지 않은 키덜트 믿음과 믿린이의 구분이다. 교회를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 직분이 무언지를 통해선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목사여도, 장로여도, 권사여도 키덜트 믿음이 있다.
키덜트 믿음 안에서 그들은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믿린이다. 온전한 믿음의 한 인격체여서 존중 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 믿음의 성장을 위해 그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키덜트 믿음은 그들 스스로 자신이 믿린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어떤 도움도 수용할 수 없고, 성장의 가능성도 스스로 차버린다.
믿음의 어른이들(키덜트 믿음)이 해야 할 첫 번째의 일은 자신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인정이다. 오늘 나의 신앙은 거듭남 이후 어떤 중생의 결과물을 갖고 있으며, 성결(성화)을 위한 삶의 여정 어디쯤 다다랐는지 물어야 한다. 성찰로부터 성숙 된다. 국어사전적으로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믿음의 장성한 분량, 곧 믿음의 어른은 믿음의 성장을 통해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주어진, 또는 맡겨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교회 공동체는 믿음의 어른들을 찾고 있다.
믿린이들을 돌보고, 그들을 온전한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품을 내어주는 어른들을 찾는다. 자신 속에 여전히 꿈틀대는 키덜트가 있지만, 또한 가끔 그것이 발현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믿음의 장성한 분량 안에서 다른 이의 믿음을 세우고 섬기며 책임을 다하는 사람을 찾는다. 어린이는 나이 들어 어른이 되지 않는다. 나이 들지만 어른이(키덜트)가 될 수도 있다. 믿음은 시간 안에서 성숙하지 않는다. 믿음은 양육과 삶의 실천 안에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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