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목사 [보배로운교회]
지난 목요일 새벽예배는 진땀을 빼면서 시작했다. 새벽예배를 인도하려고 강단 컴퓨터를 켰는데 줌으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휴대폰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내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재빨리 대면 예배 드리러 오신 권사님 휴대폰을 빌려서 줌에 접속했다.
정한 시간을 4분이나 넘겼으니 영문을 몰라 하는 줌의 성도님들의 표정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서로에게 당연했던 새벽의 일상이 오랜만에 깨진 것이다. 줌이 교회의 예배로 들어온 것은 코로나가 습격한 3년 전이다. 그때까지 만해도 줌 예배는 꿈도 꿔보지 못한 일이었으나 요즘은 그것을 일상으로 여겼고, 그리 살다 깨짐을 경험한 것이다.
이렇듯 일상이 깨지는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따라서 황당함과 함께 마음도 생활도 불편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를 넘어서서 보는 신선함과 상쾌함이 있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생각지 않았던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다.
아브라함이 고향 친척 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을 때 하나님이 그에게 찾아오셨다. 하나님은 그가 살고 있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서 하나님이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일상은 하나님을 만나고 깨져 버렸다.
그는 인생에서 지극히 중요한 일에 맞닥뜨렸고, 지금 그의 행보를 결정해야만 고민에 빠졌다. 가려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지만 하나님을 만났기에 가지 않을 수도 없다. 마침내 그는 하나님이 보여주신 땅으로 떠났다. 그 땅은 그의 미래가 기다리는 땅이었다. 뭇별과 같은 그의 믿음의 후손을 약속받고 또 성취된 땅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하나님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살았다.
하나님은 바울의 일상도 무참히 깨뜨리셨다. 그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을 잡아들이는 일이 의로운 일이라 굳게 믿었고, 그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다메섹에 갔다. 그가 바삐 가는 중 빛 되신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님께서 바울에게 ‘네가 나를 박해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으로 굳은 신념으로 살아온 그의 일상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예수님을 만난 후 그는 그전과 다르게 박해하던 예수를 전하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또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이 되었다.
이유가 어떠하든지 일상이 깨지면 우리는 황당함과 불편과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 하나님이 의도하시고 개입하시는 일상의 깨뜨림은 열매가 다르다. 과정은 익숙한 장소와 사람을 떠나고 내가 옳다 여기고 따르던 길과 방식을 떠나야 하지만 그 길은 하나님과 동행의 시작이 된다.
코로나가 창궐할 때 하나님께 대면 예배드리는 일은 나만 생각하여 남에게 폐 끼치는 일로 치부되기도 했다. 기독교인의 당연한 권리요 의무였던 예배 일상이 참담하게 깨져 버린 것이다. 우리는 순간 당황했지만 위기를 타개할 유용한 도구로 줌이나 유튜브 등을 비대면 예배에 활용했다.
엔데믹이 선언된 후에도 아플 때 병원과 집에서, 출장 중 타지에서 예배하고, 바쁜 아침 시간 집에서 새벽예배를 드린다. 어려운 상황 중에 예배하려는 마음은 인정하고 존중한다. 또 그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있음이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런데 이제 줌과 유튜브로 드리는 예배는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일들(?) 거북한 사람과의 마주침, 예배당에 오가는 불편과 시간 소비, 교회 사역에서 자유(?) 등을 피하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일상으로 굳어지면 곤란하다. 이로 인해 내 신앙이, 내가 드리는 예배가,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롬12:1)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선한 일상을 위해 지금 나의 연약함과 편의로 선택한 일상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스스로 내 일상을 깨뜨려야 한다. 그리하면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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