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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영 목사 [하민교회]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휴대폰의 알람 소리가 나를 깨운다. 아침이다. 일어나야 한다.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휴대폰의 알람 소리와 동시에 나를 깨우는 또 하나의 소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아내의 목소리이다.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휴대폰의 알람 소리가 계속 울린다.

주방 쪽에서 걸어오는 내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휴대폰의 알람 소리보다 그 발자국 소리가 더 크고 더 또렷하게 들린다! 나는 신속하게 휴대폰의 알람을 끈다. 그와 동시에 드디어 시작이다! 내 아내의 질문 공세! “잠은 잘 잤어요? 몸은 괜찮아요? 밥은 뭐해줄까요? 화장실에서 볼일은 잘 봤어요? 몸무게 좀 재보세요. 등등 내 아내는 하루에 나에게 200가지가 넘는 질문을 하고 쉴 새 없이 참새와 같이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난 그런 참새와 같은 내 아내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내 아내는 ‘참새 사모’이다.

내 고향 강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시골집 뒷마당에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이다. 물론 지금도 그 소나무는 여전히 그곳, 내 고향 강화, 나의 시골집 뒷마당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어릴 적 나는 어느 여름날 아침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에 종종 잠에서 깨곤 했다.

그 소리는 바로 소나무 가지에 앉아서 이쪽저쪽 가지로 날아다니고 지저귀며 재잘거리는 참새의 소리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에 느꼈던 그 풍경이 머릿속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곤 한다.

어느 여름날의 아침이다. 어디서 시작해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시원한 바람이 창문 너머로 불어온다. 향기가 난다. 소나무의 솔잎향기이다. 들려온다. 그 솔잎향기를 타고 지저귀는 새소리,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참새 소리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참으로 기분이 좋다. 요즘 나는 어린 시절, 그때의 풍경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웃음 짓곤 한다. 마치 내가 그 소나무가 된 것 같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참새의 그 많은 소리들을 외면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때론 시원하게 때론 부드럽게 때론 따뜻하게 솔잎향기의 바람으로 안아주고, 품어주고, 다 들어주고, 다 받아줬던 그 소나무처럼 요즘 나는 그렇게 산다. 그래서 나는 ‘소나무 목사’이다! ‘소나무 목사와 참새 사모’ 기분이 좋다.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우리는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는가? 요즘 우리는 기분 좋은 목회를 하고 있는가? 요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성도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주일학교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빠져있는지 알고 있는가?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듣고 있는가? 우리의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교회에 와서 목회자에게 털어놓고 있는가? 장년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살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며,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버텨내고 있는지! 그들의 진실한 삶의 뒷이야기를 듣고 있고! 들어 보았는가? 지금 우리 모두는 양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수많은 SNS와 포털 사이트, 그리고 각종 세상 것들에게 빼앗겨 버리고 있다.

교회 와서 고민을 털어 놓고 주의 종과 함께 우리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응답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고, 모두 SNS라는 세계에 말하고 물어보고 거기서 방법을 찾고 거기서 알려주는 해결책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께는 묻지 않고 있다. 우리 하나님께는 기도하지 않고 있다. 찬송과 말씀과 기도 가운데 전적으로 우리 하나님만을 의지하지 않고, 일단 먼저 스마트폰부터 든다.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는 걸까? 진정 우리는 우리 주님이 원하시는 뜻대로 잘 가고 있는 걸까? 우리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잘하고 있다고 하시며 기뻐하실까? 병자를 찾아가시고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이웃과 사람들을 직접 발로 걸으시며 찾아가셔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시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셨던 우리 예수님처럼 이제 우리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에 빼앗겨 버린 성도들의 목소리를 되찾아 와야 한다. 일일이 발로 뛰면서 찾아가야 한다. 따르릉따르릉~ 따르릉따르릉~ 내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또 하루의 시작이다. 오늘도 내 아내는 참새와 같이 재잘거리며 나에게 이야기를 쏟아 놓을 것이다. 나는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왜냐하면 나는 ‘소나무 목사’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다! ‘소나무 목사와 참새 사모’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