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목사 [성결대 교수]
율법적인 신앙생활은 잘하지만,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자주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앙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두 부류 중에서 누가 더 영성이 있는 사람일까요? 영국의 설교가 존 스토트는 “이 시대의 최고의 선은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라고 했으며, 레너드 스윗은 ‘관계의 영성’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진정한 영성은
첫째,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갖고
둘째, 대인관계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도들 가운데는 하나님과의 관계(교제)는 잘하면서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덕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도가 대인관계를 잘하는 것은 대신관계를 잘 갖는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십계명의 첫 번째에서 네 번째 계명까지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고, 6계명부터 마지막까지는 대인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순서로 보자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이지만, 분량으로 말하자면 대인관계에 관한 분량이 더 많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대인관계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담을 지으시고, 그에게 하와를 짝 지어 줌으로써 최초의 인간관계를 맺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사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관계 욕구를 심리학에서는 소속의 욕구 혹은 사랑의 욕구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욕구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성경은 다툼을 멀리하고(잠 20:3)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들과 화목할 것을 강조합니다(롬 12:18). 그러므로 성도가 교회 안에서뿐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서로 화목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만약에 성도가 신앙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을 소홀히 하거나, 교회 안에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관계를 깨트린다면, 이는 영성이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이처럼 믿음 좋고 영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성도들 간에 관계를 잘 갖지 못해서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는 목회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떤 목회자는 설교도 잘하고 기도도 잘하여 신령하다고 하지만 교인들과의 갈등 때문에 교회를 떠나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영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영성이 있는 자는 대신관계와 대인관계를 균형적으로 잘 하는 자입니다.
대인관계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잘 지내고, 맘에 들지 않으면 쉽게 관계를 끊어버리는 유형입니다. 둘째, 뭔가 자신에게 유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만 교제하는 이기적인 유형입니다. 셋째, 존재 그 자체를 존중하면서 관계를 맺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넷째,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사랑하면서 관계를 맺으며 사는 심리 정서적으로 건강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한 대를 맞으면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하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는데 이는 성령으로 충만한 영성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요셉이 그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셉의 형들은 꿈꾸는 요셉을 시기 질투하여 죽이려고 했으나, 요셉은 후일 국무총리가 된 뒤에 그런 형들을 용서하는 영성이 있었습니다.
종종 인간은 하나님을 배신하지만, 오히려 하나님은 관계회복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화평케 하는 자가 복이 있으며 그들이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마 5:9). 그러므로 진정한 영성은 예수님을 교리적으로 믿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나의 삶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얼마나 주님을 닮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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