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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영 목사 [새소망교회 ]

1970년대 이후부터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자유화’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세계화’를 발판으로 삼아, 전 세계에서 대지와 물과 공기 그리고 인간을 극단에 이르기까지 몰아세우고 닦달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가 이제 우리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계몽과 계발의 대상으로 삼아 ‘상업화’하도록 몰아세우고 닦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21세기에 범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자기 계발 열풍’이 그 대표적 증상이다. 자기 계발이란 본디 자신의 잠재된 가능성을 스스로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의 한병철 교수는 그의 《피로사회》에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성과사회’라고 명명했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해야 하는 우리의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 그럼으로써 자기상실에 빠지게 한다. 21세기에는 ‘자발적인 착취’라는 양상으로 진화한 것이다. 성과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몰아세우고 닦달해야 한다. 이것이 ‘소비’라는 것을 잉태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생산성’이 부단히 증가했다. 게다가 20세기에는 과학기술이 놀랍게 발달하여 그것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자 20세기 후반부터는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체계가 붕괴될 처지에 놓였다. 소비가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축’이 된 것이다.

정부는 구성원들에게 ‘소비자’로서의 위치를 새로이 부여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낭비, 무책임, 몰지각, 부정의로 구성된 비윤리적이고 탈주체적인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를 알게 모르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소비를 애국으로 포장하는가 하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소비가 가능한 새로운 소비 방식을 열어놓았다. 시대적 편차는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후기자본주의와 신용카드 제도는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다.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존재 가치를 자신의 소비 능력을 통해 확인한다. 또한 소비 역시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기준도 한계도 없는 무제한의 소비를 하게 된다. 후기자본주의가 자체 생존을 위해 창조해낸 소비사회는 우리를 생산자로서뿐 아니라 소비자로서도 착취당하는 ‘2중의’ 자기-몰아세움과 자기-닦달 몰아간다. 그 결과 우리는 누구나 낮에는(또는 주중에는) 금욕주의적 생산자로 ‘죽도록’ 일하고, 밤에는(또는 주말에는) 쾌락주의적 소비자로 ‘지치도록’ 봉사해야 하는 2중 노역과 2중 착취가 이뤄지는 구조로 된 ‘감옥’에 갇혀 살게 되었다. 결국 부채인간을 탄생시켰다.

부채인간은 자본주의라는 히드라가 이른바 ‘카지노자본주의’라고도 불리는 ‘금융자본주의’로 다시 한 번 얼굴을 바꿔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 유형이다. 이탈리아 출신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우리치오 라자라토의 《부채인간》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가 특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세기 말부터 대출에 의지해 사는 것이 삶의 새로운 패턴이 되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예컨대 프랑스 신생아들은 1인당 2만 2,000유로, 한국에서는 아이 1인당 1,830만 원에 달하는 부채를 이미 짊어지고 태어났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이지만, 이것은 이미 낡은 통계다. 2022년 대한민국은 가계 부채가 어림잡아 1,867조 원이고 성인 1인당 3,616만 원 정도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법은 결국 자본주의가 우리 안에 조작해놓은 주체인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스스로 해체하는 통찰과 결단에서 나올 것이다. 신인류 호모 에코노미쿠스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가? 잠언 9:10절에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여름철 호모 에코노미쿠스들에게 말씀과 기도의 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