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철 목사 [대전예심교회]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이리틀 히어로’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것을 보고 잠시 채널을 고정하여 본 적이 있다. 요즘 핫한 트롯 스타 임영웅의 LA공연 내용과 그의 팬들인 ‘영웅시대’의 이야기가 방송되는 내용이었다.
나도 잠시 좋아하던 프로그램 출신의 가수였기에 잠깐 동안 이지만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 중 놀라운 것은 ‘영웅시대’라는 팬들의 열성적인 헌신과 노력이었다. 여러 종류의 수 많은 팬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세계 각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 가수를 보기 위해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의 공연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와 온 힘을 다해 소리치며 가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한 아주머니는 올해가 칠순인데 자식들을 졸라 칠순 잔치 대신에 가수 임영웅 해외 콘서트를 보내 달라고 해서 LA 공연에 참석했다며 소원을 들어 준 자녀들에게 고맙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인터뷰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저렇게까지도 할 수 있구나, 얼마나 좋아하면 저럴 수 있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뒤통수가 저려오고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나의 가슴을 옥죄임에 마음이 아팠다.
훌륭한 가수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폄훼하려는 것이 절대 아님을 밝히면서 하는 말인데, 한낱 대중의 스타를 위해서도 저렇게 할 수 있을진대 나의 생명을 온전히 주장하시고 책임져 주시는 주님을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와중에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not a fan(팬인가, 제자인가/카일 아이들먼)이 머리를 때렸다. 나는 주님의 자녀라고, 제자라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고 또 가르쳤는데 과연 나는 주님의 팬인가? 제자인가? 깊은 묵상에 빠지게 되었다. 일개 가수의 팬들도 시간과 장소, 나이와 물질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저렇게 열정적인데 제자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가르치는 목사인 나는 과연 팬의 자격이라도 있는 것인가? 나 자신이 의심스러웠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나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주는 질문이리라 생각한다. not a fan(팬인가, 제자인가)?
제자는 사전적으로 말하면 같은 스승에게 배운 사람들을 뜻한다. 히브리어 탈미드는 ‘하나님이 선택하여 맺어주신 동료’를 가리키며, 헬라어 마테데스는 ‘따르는 자, 배우는 자’란 뜻으로 한 스승에게서 가르침과 훈련을 받고 그를 따르는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예수의 제자들인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즉 성경의 가르침을 받고 그 말씀대로 따라 살아가는 자 이어야 함이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 그 제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명목상 제자는 아직 존재하지만 진정한 제자, 진실된 제자, 곧 주님이 찾으시는 제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이 사회를 주도하고 이끌 때를 기억하자. 말씀이 있는 곳이라면 십리 길도, 이십 리 길도 기쁨으로 달려가 은혜를 사모했다. 요즘은 자신의 교회에서 부흥회며, 무슨 잔치다 성도를 초대해도 남의 집 이야기처럼 듣는 성도가 많다. 개척교회를 멀리하는 성도들이 그렇다. 개척교회를 가면 너무 힘들단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또 교회에 구경꾼들이 많다. 헌신하고 말씀대로 순종하기를 거부한다, 신앙생활도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팬들처럼 물질도 시간도, 모두 쏟아붓는 팬심마저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한 마디로 주님의 팬도 되기가 어려운 비참한 실정임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나는 주님의 팬인가? 제자인가? 11년 전에 카일 아이들먼이 우리에게 던진 이 질문이 오늘 이 글을 쓰는 나나, 읽는 모두에게 찔림이 되고 애통함이 되어 주님의 진실한 그 부르심, “요 8:31-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요 15:8-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하신 말씀의 참 제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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