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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범 목사 [검단참좋은교회]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기도자의 이미지를 가장 잘 그려주는 성경이야기를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절대 다수가 얍복 강에서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한 야곱을 뽑는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한국교회는 야곱과 같은 기도의 투사들을 모집하고 양성해 왔다고 생각한다. 환도뼈가 위골(違骨) 되고 평생 불구가 될지언정 하나님과의 싸움에서 질 수 없다는 결의로 기도에 임하라고 가르쳤고 그 결과 기도는 투쟁이 되었다. 기도하는 이는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일사각오의 자세로 임했다.

필자는 이런 식의 기도신학이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 근본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식으로 기도하게 되었을까? 기도를 결국 하나님께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소위 Give&Take가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도 Give&Take인가? 기도가 나의 요구를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요. 기도의 응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요. 능력 있는 기도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어내는 기도라고 배웠고, 우리가 얻지 못함은 우리가 기도하지 않아서이며, 기도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더 열심히 기도하지 않아서 이기 때문에 목표를 이룰 때까지 불굴의 의지로 기도하라고 배우고 가르쳐왔다.

그러므로 얍복 강변의 야곱은 모든 기도자의 영원한 모델이 되었다. 기도의 열심과 열정을 갖는 일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도자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구하든 상관없이 기도가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성경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는 기도에 대해 경고한다.(야고보서 4장 2절~3절) 하나님께 구하기 전에 어떤 목적을 위해 그것을 구하는지 분명히 하도록 우리에게 요청한다.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구하는 기도는 그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소용이 없다. 아니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기도가 아닌 것이다. 설사 그가 기도라고 호소하는 기도가 응답이 된다고 해도 그 응답은 기도자에게 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기도의 본질은 ‘영이신 하나님과 사귀는 것’이다.

우리의 진심을 하나님께 토로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뜻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도록 내 뜻 내 욕심을 내려놓고 잠잠히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존 웨슬리도 ‘은혜의 수단’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우리는 기도할 때에 하나님과의 사귐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하나님께 모두 드려야 합니다’ 라고 기도를 정의했다.

웨슬리는 일찍이 기도의 본질이 하나님과의 사귐에 있음을 꿰뚫어 본 것이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한다. 같은 시간을 오래 사귀면서 닮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인격적 사귐을 나누면 두 사람은 서로 닮아간다. 하나님과 사귐을 오래 동안 지속하면 하나님의 성품에 점점 깊이 참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분을 닮아간다. 사귐의 결과가 바로 닮음이다.

능력 있는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욕망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계속 하나님께 요구하고 협박(?)해서 마침내!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의 기도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버지의 뜻을 구하는 기도이다. 무언가를 요청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과 사귀자. 그러면 그분을 닮아갈 것이다. 지금 당장 거울을 보자. 누구를 닮아있는가?

기도를 제발 주문으로 만들지 말자. 기도를 기도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