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목사 [생명줄교회]
12월.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교회 주차장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뒹굴어 다니더니 드디어 겨울이 왔다. 성탄장식을 하고, 김장을 하고, 난방기구를 꺼내고,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를 점검하는 모습은 교회가 겨울을 준비하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겨울 준비를 하다가 교회 밖을 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지나쳐 간다. 교회가 있는지 관심도 없이 자기 갈 길에만 바쁘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신은 바빠서 교회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동네 골목에서 뛰놀고 있는 자기 자녀들에게는 교회에 가라고 떠밀었던 시대가 있었다. 신앙 없는 부모들이 교회에 바라는 것이 신앙교육은 아닐지언정 인성교육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부모는 교회 가는 자녀들을 오히려 막는다. 그만큼 요즘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이기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시 교회 밖을 바라본다. 세상이 교회를 향한 오해를 풀고 교회와 이웃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도록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 교회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우리 교회는 주차장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로변에 위치한 우리 교회는 차단기 없이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다. 그리고 주차장 안에는 덩그러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지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이다. 아침과 오후 시간에는 교회 앞에서 유치원생과 학생들을 승하차시키기 위해 유치원 버스와 학원 승합차들이 많이 정차한다.
자연스럽게 유치원차와 학원차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비와 강한 햇빛을 피해 주차장 안에 들어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1층 로비를 개방하고 난방기와 따뜻한 음료를 준비하여 잠시나마 따뜻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려고 한다.
가끔 낯선 차량이 교회 주차장에 들어와 주차해도 일부러 시선과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덕에 교회 주차장에서는 007작전 같은 중고거래 현장을 종종 목격한다. 전도하면서 만나는 이웃이 우리 교회 앞에서 중고거래를 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한다.
우리 교회는 자칭 “당근 맛집”이라 자부한다. 또 주차장에서 토요일마다 한 시간씩 솜사탕, 커피 전도를 하는 데 아이는 솜사탕을 엄마는 커피 한잔을 받고 행복해한다. 이때 나누어 주는 전도 용품에는 마포구 염리동에 속한 10개 교회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교단과 규모가 각각 다른 10개 교회 이름이 적혀있는 전도 용품을 받는 이웃들은 지역교회가 연합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 교회 여전도회에서는 부침개 전도를 이곳 주차장에서 진행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맛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우리 교회 주차장은 차보다 사람이 더 많이 머무는 장소인 듯하다.
주차장을 개방하는 것. 쉽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양해를 구하고 잠시 주차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전화번호도 없이 장기주차 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또 주차장 안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은데, 청소하기 힘겨운 것보다도 화재의 위험성이 있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교회의 본질은 복음을 전하는 일인데 본질이 아닌 비본질에 더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주차장 개방은 비본질이다. “본질인 복음”을 담는 “비본질인 그릇”을 보기 좋게 준비해 보려는 노력이다. 또 누군가는 주차장을 개방해서 교회에 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며 효용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주차장 개방으로 새신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앞으로도 계속 주차장을 개방하려고 한다. 교회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작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은 교회의 형편과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차가운 시선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오늘날의 사람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각 교회의 상황에 맞게 실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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