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목사 [성서교회]
웅성웅성 사람들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무리를 지어 걷고 있다.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무리들과 마을 사람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시끌시끌하다. 턱을 앞으로 내밀고 목을 길게 빼 까치발을 하고서도 사람들에 가려서 도무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떠밀려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이리 폴짝 저리 폴짝거리는 이가 누구인지 이미 아는듯하다. 그래서 부러 곁을 내주지 않고 앞을 막아서는 사람도 있었다. 심술궂게, 혹은 비웃듯이…. 그러면 어떠하랴? 주변을 둘러보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얼른 그리 올라가니 이제 마을을 지나는 무리의 사람들을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눈이 마주친다. 내려오라 하신다.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만나시던 때의 모습을 묘사해 본 것이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언제부터인가 은연 중에 ‘예수님을 만난 삭개오’ 또는 ‘삭개오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세리장, 동족인 유대인에게서 세금을 거둬 로마에 부역하고 그 세금 중 일부를 고리대금업에 사용해 부를 쌓은 인물, 사람들은 그를 미워한다. 그리고 불편해한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는 세리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그의 집에서 머물러야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그는 구원받는다. 세리장이고 부자인 그에 대해서 사람들은 속으로 별 별생각을 다 하지만 언제나 그 앞에서는 굽신거린다.
그런 그가 구원까지 받는다. 나도 나무에 올라가는 열심을 내야 하는 건가, 혹시 뭔가 잘못한 죄를 고하지 않은 것이라도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하는 건가? 당시의 사람들이든 지금,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든 삭개오를 주인공의 자리에 두고 보니 속으론 참 불편하다.
그럼, 이제 예수님께 이 이야기의 주인공 자리를 드려보자. 부정한 자, 소외된 자, 죄인에게 먼저 다가가신다. 그에게 식탁에 함께 앉자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 화해 그리고 복음이 그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들이 예수님을 주인공으로 읽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된다. 나무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조롱을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사랑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누가 뭐라 하든 용서할 용기가 있어야 하며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 결단을 해야 한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이들에게 삭개오처럼 이 아닌 예수님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성경을 읽을 때 누가 주인공인지 그리고 누구의 모습을 따라야 하는지 출발부터 명확해야 한다. 그러면 이야기의 방향이 더욱 선명해진다. 굳이 이리저리 다른 해석을 찾으려 할 필요도 없다. 성경이 전하려는 유일한 메시지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성경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나 자신 혹은 나의 주변 상황 그리고 성경을 둘러싼 모든 것이 쉼 없이 변하고 있으니 굳이 어지럽게 성경의 이야기를 돌려가며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 이야기들이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이야기의 풍성함이 더해지겠지만, 성경의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 기준이 다양한 독자들의 삶에 적용되어 변화된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 풍성해진다.
“이 말씀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가 아니라 “이 말씀을 이렇게 적용했구나!” 성경을 읽는 독자는 하나님의 의도에서 벗어난 읽기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움직여서 언제나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말씀에 맞춰야 한다.
삶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언제나 주인공을 꿈꾸는 그대여, 삭개오의 자리 말고 예수님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하라. 그리고 예수님처럼 사랑과 헌신,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라. 예수님처럼 여러분의 삶도 이웃도 놀랍게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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