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게 원치 않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그 경험 비율에 대하여 심리학자 줄리엔 등은 93%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원치 않는 침투적 생각’이 비합리적, 부정적, 충격적, 재앙적 또는 잔인하고 끔찍한 죄악된 생각일 경우에 사람들은 이를 비정상적인 증상으로 인식하여 회피하거나 물리치려는 자기 나름의 인지전략을 활용한다.
자신의 내면에 발생되는 이런 생각으로 인해 ‘내가 왜 이러지?’ ‘귀신이 나를 공격하는가?’ ‘왜 나쁜 생각이 자꾸 나를 괴롭히지?’ 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생각과 함께 심리영적으로 과다한 에너지 소모가 발생한다. 이른바 ‘원치 않는 침투적 생각’(unwanted intrusive thought, 이하 UIT)은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표준서라 할 수 있는 DSM-5에는 강박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UIT의 내용이 비윤리, 부도덕, 비신앙적, 비성경적인 생각일 경우에 기독교신자들 가운데는 이를 사탄, 마귀, 악령, 귀신이 주는 생각으로 이해하여 힘겨운 영적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목회자나 기독교상담자가 UIT로 괴로워하는 신자들에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잊어버리세요! 물리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는 것인지? 특정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하지 않게 되는 것인지? 기독교상담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운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다.
UIT의 내용 가운데는 윤리, 도덕, 법률, 성경, 신앙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신성모독, 음탕한 성적 환상, 잔인하고 끔찍한 공격행위 같은 것들이 많다. 마태복음 15장 10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라고 하신 말씀은 마치 성경에 UIT가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듯, 인간심리상태를 잘 표현한 구절이다. 특히, 대부분의 신자들은 사고행위융합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태복음 5장 28절에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에서 ‘음욕을 품는 자’와 ‘간음’을 동일시하는 생각이다. 이런 논리로 볼 때 탐욕은 도적질과 마찬가지이고, 분노는 살인과 등가적 관계라는 인식은 생각만으로도 죄의식, 죄책감을 충분히 갖게 될 수 있다.
▶ 침투, 침입사고와 인지억제
이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완전히 통제한다거나, 자신이 의도한 생각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뇌는 연상 네트워크 기능으로 인해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각은 특정 단어를 듣게 되면, 단순히 그 단어의 의미 및 개념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때로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은 생각, 원치 않은 생각,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들 가운데는 획기적이고, 기발하고,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생각들이 무의도적, 비의지적, 비자발적으로 의식에 침범, 침투, 침입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UIT는 진전된 학술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현대과학이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음주의적 기독교상담에서는 UIT를 인간 내면에 잠재된 죄성의 표출로 보기도 하며, 위스톤과 세이프는 그 원인이 어떠하든 UIT는 폭력적인 글, 영화, 드라마 등에서 죄와 악을 묘사하기 위한 장면과 대사 등 시청각 정보들을 접했을 때 그런 것들이 무의식에 축적, 침착되었다가 의식표면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하는 신(神) 또는 형벌 개념이 강조되고, 용서하는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 약화될 때 강박적 UIT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별로 볼 때 UIT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데, 여성은 반추(반성)하는 경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UIT의 발현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뇌의 왕성한 인지기능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의지로 완전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정신이 건강한 상태라고 인식한다. 이런 전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의지적으로 억제,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정신이상에 노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UIT는 단지 생각일 뿐이고, 용어 그대로 ‘자신이 원치 않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적으나 혹시 인지억제력을 상실하고 실행에 옮길까 봐 우려와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된다.
UIT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자기 나름의 인지억제전략을 활용해 보지만 그것이 적용되지 못하고,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압에 실패했을 때, 자신의 인지억제력 부족, 의지적 결함, 실패감, 무능감, 무기력감, 좌절감, 불안감, 공포감, 우울감, 수치심, 죄책감 등이 초래된다. 기독교신자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런 UIT가 공격해 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원치 않는 침투적 생각을 극복할 수 있을까? 기독교상담심리학에서는 통상 세 가지 대안이 제시된다.
▶ 극복 방안
첫째, 억제와 회피: UIT를 억제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보는 것이 좋다. 웨그너와 슈나이더는 자신이 원치 않는 특정 생각을 억제, 회피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UIT를 억제, 회피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고, 때로는 무의미하며, 헛된 노력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그것을 입증한 것이 이른바 ‘백곰 실험’인데, 실험참가자들에게 백곰을 보여주고 5분 동안 백곰을 생각하지 않도록 요청을 했다. 인지억제실험 결과 백곰 생각은 더욱 증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되는 특정 생각이 무의도적, 비의지적, 비자발적으로 떠오를 때 그것을 억제, 회피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백곰 실험’과 유사하게 10분 분량의 잔인하고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를 상영한 후, 피실험자들에게 영화장면의 회상을 억제하도록 요구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주제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일관된 결론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UIT를 억제, 회피하려는 노력이 크면 클수록 빈도와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었다.
UIT가 나타났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 생각을 억제, 회피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크게 기침을 하여 순간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UIT를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UIT가 생길 때 잘못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처벌하는 의미로 자신의 뺨이나 신체 일부를 세게 때리는 자기 학대의 경우도 있다. 이같은 억제나 회피전략은 기독교신앙적인 것이 아니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둘째, 공격: UIT를 공격하는 방법이 자신에게 효과가 있다면 공격해 보는 것도 좋다. 소리내서 기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기독교신자 가운데는 ‘주여’를 연발하기도 하고, 마치 주문처럼 ‘(예) ㅆㅠ’ ‘ㅆㅠ’ ‘ㅆㅠ’소리를 내거나, (이런 생각이 떨어질 줄로) ‘믿습니다’를 경음화하여 ‘믿ㅆㅠㅂ니다’를 소리내어 UIT를 쫓아내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는 마치 헛깨비와 싸우는 것 같아 UIT를 몰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곧이어 UIT가 나타나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UIT가 발생했을 때 그것과 맞서 싸우기 위한 온갖 의식적인 노력은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보다는 오히려 정반대로 치달아 그 생각을 한층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UIT가 더욱 강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공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며 공격이 인지전략으로 작용했다고 보겠으나 그것이 효과가 없다면 집중 산만전략과 상반행동강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집중 산만전략과 상반행동강화: 이는 가장 효과적인 극복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백곰 실험에서 백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빨간색 폭스바겐 자동차를 생각하도록 요구했을 때, 백곰에 대한 생각은 명백하게 감소되었다는 실험결과가 나타났다. UIT의 효과적 극복방법으로 집중 산만전략은 UIT에 대한 주의를 다른 곳으로 흐트러뜨리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효과성이 높다고 인정된다.
비유하면, 피부의 특정 부위가 가려울 때 신경쓰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하여 가려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집중하다 보면 가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는 원리라 할 수 있다. UIT와 반대되는 다른 특정 생각에 집중함으로써 UIT를 분산시킬 수 있는 예는 많이 있다. 다른 특정 생각에 집중함으로써 부정적 UIT의 내용을 잊거나 의미 없도록 만드는 인지전략은 짧은 시간일지라도 이것이 반복되는 시간의 폭을 넓혀 갈 때 심리치료라 할 수 있다.
집중 산만전략을 활용할 때 긴급성을 요하므로 신속하게, 쉽게 다른 생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때 인지치료에서는 긍정적 심상을 대단히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부정적 UIT에 대응할 수 있는 긍정적 심상을 떠올리는 훈련이 반복되어야 극복이 수월해진다. 인지행동치료를 개발한 엘리스도 UIT와 반대되는 긍정적 시각화(심상)를 통해 분명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상담에서 이를 응용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심상하거나 UIT 내용과 상반되는 특정 성경구절을 암송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또는 찬송가 가사를 활용할 경우, 특정 후렴구나 특정 가사의 일부를 반복하는 것(hook)이 효과적일 수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다루는 상반행동강화를 응용하는 것은 UIT 극복의 훌륭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상반행동강화는 ‘양립 불가능한 행동 차별강화’라 부르기도 하고, ‘상호적 억제,’ ‘역제지,’ ‘역조건형성,’ ‘상호금지,’ ‘상호제지’ 등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이는 앉는 것과 일어서는 것, 웃는 것과 우는 것, 불안한 상태와 안정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도 부정적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는 인지적으로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 되므로 반대되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상반행동강화원리라 할 수 있다.
바울은 생각에 관하여 “육신을 쫓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좇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니...”(롬 8:5)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골 3:2) 등의 진술을 했는데, 이는 기독교신자들이 영적인 일, 거룩한 것, 위엣 것에 집중함으로써 상반된 생각(부정적 생각, 죄악된 생각, 끔찍한 생각, 재앙적 생각 등)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왈터스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는 구절은 악의 생각과 상반된 선의 생각을 함으로써 UIT를 극복할 수 있는 성경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신앙은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비우고, 쫓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집중해서는 안 되며, 상반되는 새롭고, 바람직한, 성경적 생각을 추구하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 치료가 될 수 있다. 미국 풀러신학교 기독교상담학 교수 하트(Hart)도 특정 성경구절을 집중적으로 묵상함으로써 UIT를 급선회하는 극복방법을 제시했다. 나쁜 생각을 하지 않고, 몰아내려는 노력보다 더 훌륭한 신앙적, 성경적, 심리학적 방법은 그와 반대되는 다른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적 상태를 잘 알고 계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 말씀을 내면화하며, 성령의 도우시는 능력을 신뢰하는 것이 자신의 죄성을 다스리고, 원치 않는 침투적 생각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전요섭 교수
교육학박사/상담심리학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교양교육)대학 학장
(사) 한국상담학회 교정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