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관 목사 [세움교회]
우리는 양자물리 현상이 광범위하게 적용된 문명을 살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아인슈타인조차 양자역학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했을까. 양자물리학 이해가 어려운 건 사람의 인식 범위 내에서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이 괴상해서가 아니다. 일반 인식 과정으로는 양자물리학의 기이한 효과가 안 보일 뿐이다.
신앙 세계와 양자물리학 세계는 근원적으로 실재의 차원을 달리한다. 신앙과 양자물리학을 어찌 단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성경은 신앙이란 보이는 것에 관심 두는 게 아니라고 증언한다(고후 4:18). 바울은 보이는 것은 순간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바울은 헬라어 ‘프로스카이로스’(고후 4:18)로 매우 짧은 기간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물리학 용어 ‘마이크로초(μs)’로 설명이 가능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운용하는 거대입자충돌기(LHC)는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충돌시키므로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장치다. CERN 연구팀은 LHC를 통해 고에너지 충돌로 납(82개 양성자)을 금(79개 양성자)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2015~2018년에 LHC 충돌로 약 860억 개의 금 원자핵이 생성됐으나, 불안정한 금 원자는 약 1마이크로초(μs) 동안 존재하다 사라졌다. 이는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는 순간이지만, 이런 물리학적 시간은 인식 주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신앙 세계는 미시 물리계를 넘어 신비의 영역이다.
신앙은 단순히 신을 믿거나 하나님을 믿는다는 간략한 용어 설명으로는 충분히 설명도 이해도 안 되는 주제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 안다”(히 11:3)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존 웨슬리도 젊은 시절 구원(칭의) 신앙에 대한 오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1725년 어머니께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이해하는 신앙 개념을 ‘합리적 근거 위에서 특정한 명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는 그때까지 신앙을 합리적 근거에 대한 동의로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어떤 증거보다 가장 합리적인 것이 하나님의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설득과 기도를 통해 신앙이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사실에 대해 그분이 계시하셨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하는 것이며, 이성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그때가 어머니와의 편지 왕래가 있은 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은 어느 지점에서 합리성과 이성적 신념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사랑이다.
바울은 로마서 5장에서 하나님 사랑은 우리가 여전히 죄인이었을 때 우리를 사랑하므로 아들 그리스도를 죽음의 자리에 내어주셨다고 말했다.
여기서 아들을 죽이기까지 하므로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이라면 그분이 그다음 무엇을 못 하시겠느냐는 합리적 신뢰가 발생한다. 그렇게 우리를 사랑한 분이 하나님이라면, 그다음에 그분이 하실 일에 관하여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이성적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님 사랑을 깨달은 사람이 그분이 하신 일에 대한 가장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의심은 이것이어야 한다. ‘그 아들을 죽음에 내어주는 희생을 치른 것으로 이 일을 시작한 분이 중간에 우리를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겠느냐?’ 그러므로 바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우리를 의롭다고 하신 하나님과 친하게 지내자!’(롬 5:1)라고 선언했다.
이것이 신앙의 합리적 근거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이룩하신 그 사건에 대하여 합리적 반응, 즉 그것을 믿는 이성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믿음은 내가 믿는 게 아닌, 믿어진다는 역설 또한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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