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석 목사 [구로중앙교회]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몸은 바쁜데 마음은 허전하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삶의 의미가 흐릿하게 느껴지는 날...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하지만, 마음속 한 자리는 비어 있는 듯하다. 눈에 보이는 성취와 풍요는 채워졌지만, 정작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부족하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한 감정의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로 채워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영적 그릇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평안이든, 의미든...
성경은 이 공허함의 원인을 ‘하나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전도자는 말했다.
“하나님을 떠난 모든 수고는 헛되도다.”(전 1:2) 이 말은 단순한 철학적 탄식이 아니라, 삶의 깊은 공백을 마주한 고백이다.
다행히 하나님은 이 빈 마음을 그냥 두지 않으신다.
시편 23편에서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했다. 목자가 된 하나님은 양 된 인생을 그냥 방치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며, 부족한 것을 친히 채워주신다.
하나님이 주시는 채움은 세상이 주는 만족과 다르다. 그것은 일시적인 감정의 회복이 아니라, 존재의 회복이다. 영혼 깊은 곳에 새 생명을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으리라” 하셨다. 그 여인은 다섯 번 결혼했고, 지금도 관계의 공허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녀의 외적 현실보다 내면의 목마름을 보셨고, 바로 그 자리에서 생명수를 주셨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렇게 채우신다.
우리의 상처, 실패, 결핍, 외로움 …
그 모든 빈자리를 꿰뚫어 보시고,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주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있다.
채움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비움이 있어야 한다.
자기 의로 가득 찬 마음, 세상 걱정으로 빼곡한 생각, 스스로를 붙들고자 하는 집착이 남아 있는 한, 하나님의 은혜는 들어올 공간이 없다. 마치 꽉 찬 컵에는 더 이상 물을 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때로 우리 삶의 어떤 것을 허물기도 하신다.
그것이 무너짐처럼 느껴질지라도, 사실은 채우기 위한 준비인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오늘도 묻고 계신다. “너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채우겠다. 내 평안으로, 내 사랑으로, 내 생명으로...”
비어 있는 마음, 그래서 갈급한 심령이 있다면 그 자리에 주님을 초대하자.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 순간,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가장 좋은 것으로 채우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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