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경 목사 [만나교회]
오늘 한국 교회는 교인 간 이념 갈등의 그물에 갇혀있다. 최근 모 교회에서는 한 장로의 극우성향 기도에 분노한 청년 신도들이 예배를 떠났고, 담임목사에게까지 “한통속” 비난이 쏟아졌다. 편중된 기도 내용을 삼가라는 담임목사의 말에 결국 장로마저 교회를 떠났다. 교회 공동체가 정치와 이념 때문에 분열되어야 하는가?
보수와 진보는 건강한 균형을 이루는 한 쌍의 날개지만, 오늘날은 ‘우리 vs 너희’ 식 대립으로 수구적 배타성과 진보의 독선으로 변질되었다. 진영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이 절실하다.
미국에서 복음주의 극우 목회자들이 특정 대통령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지지하며 신앙을 정치화했다. 이들은 전통적 기독교 가치를 내세우며 자본주의, 반노조, 반정부 개입을 예수의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많은 신학자와 교회들이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으며, 청년층과 소외된 이웃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Lifeway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20대 복음주의자 중 38%가 교회를 떠났고, 이들 상당수는 정치적·이념적 갈등 (정치화·우경화)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한국 교회 안에서도 일부 목사라는 이름의 선동가들로 인해 폭력과 인본주의적 사회운동이 신앙으로 포장되었다. 신앙을 이념화하면 교회는 분열과 혐오의 도구로 전락하며, 복음의 초월성과 보편성은 사라진다.
해방 직후 1946년 결성된 서북청년단에는 많은 기독교인이 참여해 ‘공산주의는 절대악’을 외치며 제주·여순 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고문에 가담했다. 복음의 용서·화해 정신을 버린 이념 숭배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기억해야 한다. 신앙은 어떤 정치 이념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사랑과 진리로 세워져야 한다.
교회는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제자훈련과 소그룹에서 최신 이슈를 함께 읽고, 분석하고 평가하며, 거짓을 분별하고, 성경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AI를 활용한 좋은 신앙 콘텐츠를 제작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한다면 건강한 신앙 성장을 돕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육은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예수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역량을 키워 양극화의 유혹을 벗어나 공동체를 분열이 아닌 치유와 화합으로 이끌 것이다.
성경은 늘 화해의 길을 가르친다. 요셉이 형들을 용서했고(창 45), 바울과 베드로가 갈라졌던 문제를 복음 중심으로 조율했으며(갈 2), 예수님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셨다(마 5:9). 오늘의 정치적 분열 앞에서 신앙인은 먼저 용서하고, 경청하고, 화해의 길을 제시해야 할 사명이 있다.
‘누가 옳은가’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교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분열을 넘어 치유와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 이것이 오늘을 사는 신앙인의 책임이자 소명이다. 복음은 정치와 이념보다 차원이 더 높고 모든 것을 아우른다. 복음이 정치와 이념에 선동되고 휘둘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