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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육(野育)을 통해 본 미래교육: 역량중심 교육으로 나아가기
일본의 야육(野育)을 통해 본 미래교육: 역량중심 교육으로 나아가기
2025-07-26 오후 1:53:00    성결신문 기자   


요즘은 자고 나면 새로운 기능을 자랑하는 AI와 디지털 기술로 인해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독립운동을 하던 유관순 열사가 살아 움직이고, 오래된 사진의 가족들이 웃으며 춤을 춘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즐거움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주고 있다. 특히 저출생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학부모들이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져서, 선행학습을 시키며 자녀를 압박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의 뒷모습을 따라잡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에도 변함없는, 미래를 당당히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인지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서는 기술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하였다. 

WEF 보고서는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디지털 기술 활용, 적응력, 창의적 사고, 리더십을 꼽았다. 그러나 AI와 자동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의력’과 ‘감성지능’, ‘문제해결 능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하였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 발달의 초기 단계인 영유아기는 뇌 발달, 신체 성장, 사회성 형성, 정서 발달 등 모든 면에서 급격한 발달을 이루는 시기로, 이 시기의 교육은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영유아기에 학습지 중심의 선행학습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결정적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던 미래가 긴급한 현실이 되었던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외로 중요했던 건 ‘특정 기술 학습’이 아니라 ‘협력적 문제해결’이었다. 문제상황을 함께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놀이중심 교육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과 사회정서적 역량을 제고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 영유아는 주도적인 놀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미래사회에 대한 개인의 적응력을 높이려면 교육이 학생의 문제해결능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필자는 2025년 3월부터 연구년으로, 도쿄대학에서 교환교수(방문연구원)로 지내고 있다. 이번 기회로 일본의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유아교육현장을 다수 방문하는 중이다. 일본에서 살펴본 교육의 강조점을 살펴보면서, 함께 추구해야 할 미래교육에 대한 생각을 모으고자 한다. 

먼저 현행 일본의 유치원 교육과정의 기본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역량중심 교육을 좀 더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장 총칙 중 ‘제2 유치원 교육에서 기르고 싶은 자질·능력 및 유아기 말까지 기르고 싶은 모습’이 그것이다. 유아들이 살아가는 힘을 키우기 위한 3가지 자질과 능력은 다음과 같다. 

①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느끼거나, 알아채거나, 알게 되거나, 할 수 있게 된 ‘지식 및 기능의 기초’ 

② 알게 된 것이나 가능하게 된 것을 사용하고, 생각하고, 시도해보고, 표현해보는 ‘표현력, 판단력, 표현력의 기초’

③ 심정, 의욕, 태도가 길러지는 가운데 보다 좋은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한 ‘배움에 향하는 힘, 인간성 등’이다. 이를 교사가 이해하기 쉽도록 유아기가 끝날 때까지 키우고 싶은 아이의 모습 10가지인 건강한 마음과 몸, 자립심, 협동성, 도덕성과 규범의식의 싹틈, 사회생활과의 관계, 사고력의 싹틈, 자연과의 관계와 생명존중, 수량이나 도형, 표식이나 문자 등에 대한 관심과 감각, 말로 서로 전하기, 풍부한 감성과 표현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하위 내용 중 건강영역의 내용 중에는 ‘위험한 장소, 위험한 놀이방법, 재해 시 등의 행동방법을 알고, 안전에 주의하여(안전하게) 행동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모험놀이(터)를 통해 위험 요소를 경험 및 극복하여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야육(野育)’을 중요시 여기는 근거이기도 하다. 

야육이란 놀이터, 공원, 숲 등의 야외 환경에서 아동들이 사물과 사람과의 다양한 만남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야육을 촉진하는 협회도 구성하여 유아교육기관 또는 지역 놀이터에서 아동들이 주도하는 살아있는 놀이를 지원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야육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유아교육기관’과 ‘지역사회 모험놀이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야육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유아교육기관으로 나나이로 어린이집이 있다(http://hyuga-nanairo.jp/). 나나이로 어린이집은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 소재한 어린이집으로 기관 내 놀이터를 대형 모험놀이터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이 기관의 교육철학은 놀이를 통해 미래를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것,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만 0세부터 만 5세까지의 영유아들은 자유롭게 실내외 놀이공간을 선택하여 놀이한다. 맨발로 야외에서 놀이하는 영유아들이 대다수이다. 

신발을 신고 벗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계단이 없는 미끄럼틀과 다양한 놀이기구들로 구성되어 있어, 밧줄로 올라가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전하고 넘나든다. 기저귀를 찬 영아들도 동일하다. 당연히 넘어지거나 다치기도 한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다. 그러나 원장님과 교직원들은 부상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아이의 힘을 믿고 지원해주고 있다.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고, 위험을 경험하지만 이겨내고 성장한다. TV나 테블릿 PC 등은 없다. 미래를 맞이하고 살아가는 힘을 매일 키워주고 있지만, 방법에 대한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미래교육이란 무엇일까? “영유아교육은 초등학교 준비 작업이 아닙니다. 교육이란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해야 합니다. 매일 스스로 원하는 놀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놀이에 최대한 몰입하다 보면 집중력과 성취감도 성장합니다. 매일 발생하는 문제를 서로 토의하고 협동하여 해결합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식물을 가꾸고, 염소에게 매일 먹이를 줍니다.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도록 합니다.” 이 어린이집의 교사 명단에는 염소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부모, 지역사회와 공감 및 소통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쿄 이케부쿠로 소재 소라이로 어린이집(https:// sorairo.mitsu-bachi.net/)은 6년간 학부모와 아동 환경 구성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하여 실외놀이터를 만들었다. 아동들에게 환경은 제3의 교사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한 졸업생 학부모까지 동참하여 놀이공간을 함께 발전시켜 나갔다. 

나나이로 어린이집과 공통적으로 교사들은 놀이를 관찰하고 적극적인 정서 지원은 하지만, 교사주도의 개입과 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유아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막지 않고자 즉각적인 개입은 자제한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이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찾아오는 졸업생이 많다. 

이곳의 교육은 바른 성장을 지원하는 힘이 있다. 
둘째, 야육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지역사회 모험놀이터가 있다. 일본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사회에 열린 유아교육과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교육의 나아갈 바를 고민하는 교사와 부모라면 눈여겨볼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현실로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플레이파크이다. 

모험놀이터로 알려진 일본의 플레이파크는 1970년대 오오무라 부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부부는 영국 등의 유럽 ‘모험 놀이터'에 감명을 받아 일본에도 모험놀이터를 만들었다. 1979년‘국제 아동의 해' 기념 사업으로 세타가야구에 모험놀이터를 채택하며 주민과 구청의 협동 사업으로 하네기에 첫 공식 플레이파크가 만들어졌다. 

이후 세타가야, 코마자와라파, 카라스야마 총 4개가 추가되었고, 2005년에 NPO 법인 플레이파크가 설립되었다(출처: https://playpark.jp/). 현재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플레이파크는 아이들의 놀이욕구를 최대한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더 많은 아동들을 위해 놀이 자동차를 지역사회 놀이터로 파견해 주기도 한다. 놀이기구 및 놀이터 설치 기준이 엄격한 한국에서는 현재 이런 모험놀이터의 경우, 유아교육기관 안에서는 설립 및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역사회 놀이터로는 한국에도 지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로 46주년을 맞이한 하네기 플레이파크와 다른 플레이파크들에서도 여러 연령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놀이하고 있다. 우동 만들기 등의 특별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야외에서 대근육 놀이, 물놀이, 진흙놀이, 목공놀이, 밧줄놀이, 나무오르기, 모닥불 피우기 등을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놀이한다. 매우 추운 날에도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영유아의 놀이는 강물 만들기로 이어진다. 

일본 특유의 검은 흙으로 온몸이 범벅이 된다. 아주 어린 영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들까지 전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놀이에 몰입한다.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마음껏 놀이한다. 학부모들은 종일 놀이할 것을 예상하여 음식이나 두꺼운 옷, 모자 등을 준비한다. 플레이리더들은 놀이의 동반자로 함께 뛰어놀거나, 새로운 재료를 요청할 때 바로 준비해 준다. 다친 아동이 생기면 상비약을 꺼내 처치해준다. 이러한 플레이파크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도전 정신과 책임감 등을 향상시켜 준다. 

이상을 참조하여 역량중심교육으로 우리의 미래교육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를 이겨나갈 수 있는 역량중심의 교육이 정착되어야 한다. 역량중심 교육의 시행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2024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도 기존 지식중심의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역량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유아교육에서도 2026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2025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기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를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기술의 단순 습득이 아닌 다양한 미래역량을 스스로 함양하고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택과 함양의 주인은 반드시 아동 자신이어야 한다. 

둘째, 교육이 곧 삶 자체여야 한다. 이는 생활/삶 중심 교육과정이라고도 표현되고, 영유아단계에서는 놀이는 곧 삶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을 구성하고 힘을 키웠다면 그것이 삶과 분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을 개선하여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역량이 자신의 삶 자체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주도성, 유연한 사고, 개별 학생 지원, 개인 소질과 적성의 전문화, 상호존중 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맞는 교사교육과 학부모의 인식변화 또한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동들은 큰 변화의 파도를 맞이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배지현 교수
성결대학교사범대학 유아교육과 부교수
도쿄대학 방문연구원(연구년)
한국유아교육학회 편집위원
한국영유아보육학회 이사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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