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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오시는 하나님
언어로 오시는 하나님
2025-08-30 오후 2:34:00    성결신문 기자   


서경원 목사 [다사랑교회]

외국인들이 가장 헷갈리면서 신기해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거시기’입니다. 누가 “거시기 좀 가져와라” 하면, 듣는 사람은 맥락에 따라 신기하게도 다 알아듣습니다. 물건을 말하는 건지, 장소를 말하는 건지, 사람을 말하는 건지, 심지어 “거시기 좀 거시기해라”라고 말해도 웬만하면 다 이해합니다.

신앙생활 가운데도 ‘거시기’와 같이 사용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영’또는 ‘영적’입니다. “영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영’이라는 말이 어려운 단어인데 쉽게 말하고 서로 잘 통하니 신기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요 4:24). ‘영’이라는 말은 솔직히 설명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 단어가 하나님을 향해 가기 때문입니다. 성경 원어를 보면 ‘영’을 히브리어 ‘루아흐’, 헬라어 ‘프뉴마’라고 말합니다. ‘바람, 호흡, 숨결’이 대표적인 뜻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을 바람이나 숨결로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초월적 존재라는 선언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언어와 개념을 넘어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도록 구약이나 신약에 자신을 낮추셔서 우리의 인식 가운데 오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 곧 말씀과 글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인간의 인식 속으로 들어오실 때는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 오십니다. 신학적인 용어로는 이것을 ‘계시’라고 말합니다. 자연과 양심을 통한 ‘일반계시’도, 성경을 통한 ‘특별계시’도 결국은 ‘언어’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구약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은 “이르시되”(히브리어/아마르)라는 ‘동사’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말씀의 사건으로 세상이 열렸습니다. 신약 요한복음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 1:1)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말씀’(헬라어/로고스)은 ‘명사’로서,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곧 하나님은 동사로 시작하시되, 명사로 완성하셨습니다.

언어학적 관점에서도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영어의 8 품사 중, 명사와 동사는 객관적 실재를 담는 기본 틀입니다. 반면 형용사와 부사는 주관적 해석을 하는 장치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식의 중심에 들어오실 때, 주관적인 형용사나 부사가 아니라 객관적 언어, 곧 동사와 명사로 다가오셨습니다. 창조의 동사 “이르시되”와 구원의 명사 ‘예수’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실 하나님께는 본래 이름이 필요 없습니다. 이름은 피조물에게 있는 것이지 창조주 하나님에게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붙여드린 호칭이 있을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야훼’ 조차도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는 동사적 의미(‘하야’ 동사에서 파생)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곧 역사하시는 분, 곧 동사이십니다. 그러나 우리 인식 속에 온전히 들어오시기 위해 하나님은 명사, 곧 ‘예수’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 하셨습니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은혜입니다. 

이것이 언어로 오신 하나님, 곧 말씀으로 오신 하나님의 비밀입니다. 하나님은 동사로 창조를 시작하시고, 명사로 구원을 완성하셨습니다. 초월적 하나님께서 언어 속에 들어오셔서 우리와 만나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추상적 감정이나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 언어로 다가오신 하나님께 응답하는 삶입니다. 그것은 믿음입니다. 말씀에 대한 바른 반응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순간이 바로 그 응답입니다. 글이 조금 거시기 했어도 거시기 하시기를 거시기 합니다.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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