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목사 [성결대학교 전 총장 ]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이주민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이미 250만 명을 넘었고,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를 포함한 다문화 인구는 해마다 증가한다.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지역 시장과 산업 현장, 교육기관, 이웃 마을, 교회 주변에서도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공존한다.
정부가 재외동포청에 이어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다. 해외 동포와 국내 이민자를 지원하고, 다문화 사회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국가가 포용 정책을 펼치는 이때, 교회 역시 복음적 사명에 따라 적극 참여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 다양한 국적과 문화권의 이주민 장기 거주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 곁의 새로운 선교 대상’이다. 법학의 속인주의(Jus Sanguinis)와 속지주의(Jus Soli) 개념은 선교 대상을 구분하는 유용한 틀이다. 속인주의적 선교는 동일한 민족·언어·문화권을 우선 대상으로 해외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다.
반면 속지주의적 선교는 국적·혈통과 무관하게 특정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다문화 가정·난민·유학생 사역이 대표적이다. 국경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세계 각국 사람과 복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두 전략은 배타적이 아니라 병행될 때 선교 지경이 확장된다.
성경은 이방인과 나그네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분명히 한다.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음이라”(출 22:21)는 말씀은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며 낯선 이를 환대하라는 명령이다. 초대교회는 유대인과 헬라인, 종과 자유인,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넘어 하나 됨을 선포했다(갈 3:28).
복음은 인종·민족·문화를 초월하는 구원의 소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교회는 해외선교에는 열정적이나 국내 이주민·난민 사역에 소극적이며, 반대로 국내 다문화 사역에는 적극적이지만 국제선교에는 관심이 적다. 이는 선교의 본질이 국경·국적에 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보수적 복음주의 성결신학은 진리 선포와 영혼 구원을 선교의 핵심으로 본다. 따라서 다문화·이주민 사역과 해외선교 모두 단순한 문화 교류에 머물지 않고 복음 전도와 제자화에 뿌리내려야 한다. 언어와 문화 차이, 종교 간 간극을 존중하는 섬김은 필요하지만, 복음의 본질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사도 바울이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 함이라”(고전 9:22)라고 고백한 정신이 이 사역의 표준이다.
다문화·이주민 선교는 단순한 사역 확장이 아니라 교회 영적 활력 회복의 기회다. 다양한 문화권의 신자들이 한 공동체 안에서 예배하는 모습은 초대교회의 다민족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며, 복음의 보편성과 하나님 나라 확장성을 드러낸다.
이를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 교회는 부흥의 길을 열 수 있다. 반대로 전략과 정책 대응을 소홀히 하면 다문화·이주민 배경의 전통종교가 뿌리내리고 확산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다문화·이주민이 유럽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땅끝’은 먼 대륙에만 있지 않다. 하나님은 열방을 우리의 이웃으로 보내셨다. 교회는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라는 두 선교 축을 함께 붙들고, 문턱을 낮추며, 언어 장벽을 허물고,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