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회를 다시 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급속한 초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저출산, 경제 양극화, 가족 해체 등의 복합 위기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은 복지 서비스에서조차 소외되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이라는 새로운 복지체계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익숙한 지역에서 살아가며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주일예배에 머무는 신앙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아파하고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서 목회하며 지역사회와 교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사회적 돌봄’ 가능성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2. 통합돌봄이란 무엇인가?
‘통합돌봄’은 보건, 의료, 주거, 일상생활 지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지역사회 내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돌봄 모델입니다.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연계가 아닌, 주민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둔 맞춤형 생활 중심의 돌봄 체계로,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이러한 ‘통합돌봄’의 원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서로의 필요를 채우고, 고아와 과부를 돌보며, 물질을 나누는 공동체였습니다(행 2:42-47). 오늘날 통합돌봄의 이념은, 바로 이러한 성경적 돌봄의 현대적 재구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경제 어려움, 질병, 노화, 심리적 고립, 가족 해체 등의 이유로 고통받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발달장애인과 같은 약자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이웃들을 향한 실천적 사랑을 회복해야 하며, 그 중심에 돌봄 사역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3. 안산 와동 지역의 사회적 약자 현실 : 돌봄이 필요한 마을
경기도 안산시 와동은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혼재한 도시형 취약지역입니다. 다문화가정, 고령 노인, 저소득 1인가구, 조손가정, 경계선 지능의 아동 등 복합적인 돌봄 대상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적 고립과 심리적 위축, 경제적 불안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본 교회는 지난 수년간 다음과 같은 일들을 실천해 왔습니다.
- 온누리사랑 지역아동센터를 통하여 방과 후에 아동 돌봄(2004년 12월 돌봄서비스 시작).
- 야간 보호 학습을 위해 청소년 방과 후는 인천공항과 연계하여 멘토 사업 진행
- 홀몸 어르신 도시락 배달 및 국수 잔치
-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 및 학습 지원
- 저소득 가정 물품 나눔과 상담 프로그램 운영
- 청소년 희망 씨앗 장학금 지원 사업
- 동네 마을 환경미화 작업(노방전도)
이러한 사역은 결코 큰 예산이나 시스템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회가 이웃을 향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을 때 시작된 것들이었습니다.
4. 교회가 할 수 있는 교회적 돌봄의 방향
1) 지역과 함께하는 돌봄
이제 교회는 울타리 안에서만이 아니라 지역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지역사회보장협의회, 통합사례관리 회의 등 공공 돌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행정과 협력하며 지역의 돌봄 공백을 채워야 합니다. 이제는 국가복지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회가 ‘돌봄의 공동체’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돌봄은 단지 행정이나 사업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2) 평신도 중심의 돌봄 사역자 발굴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은사를 가진 평신도들이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교사, 은퇴자들이 교회 안에서 훈련받아 이웃을 돕는 돌봄 사역자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의 ‘돌봄 실천가’ 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말벗 봉사, 도시락 배달, 아동 및 청소년 멘토링, 장애인 동행 등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들을 발굴하고 파송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3) 교회 공간의 적극적인 개방과 사용
주중에도 교회 공간을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개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쉼터, 마을 공부방, 부모교육 프로그램, 노인 건강교실 등으로 활용되면, 지역 주민은 교회를 신뢰하고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제 교회는 단지 ‘예배의 공간’을 넘어서, ‘공감과 돌봄의 공간’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지역사회가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일어설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4) 복음을 품은 돌봄 실천
기독교 돌봄의 핵심은 ‘사랑’이며, 이웃을 나처럼 여기고 보살피고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사회복지 제도나 서비스는 중립적일 수 있지만, 교회는 사랑과 섬김의 진정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5) 영적, 정서적 돌봄의 회복
돌봄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정서적 고립과 관계의 단절 속에서 외로움과 상실을 겪는 이들에게, 교회의 ‘존재’ 자체가 큰 힘과 희망이 됩니다. 예배, 상담, 기도, 공감, 동행은 그들에게 ‘살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 줍니다.
결론 : 통합적 돌봄은 사도행전 교회의 회복
‘통합돌봄’은 단지 새로운 복지정책의 흐름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정신, 곧 공동체적 사랑과 나눔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사도행전 2장 42절부터 47절의 교회는 나눔과 돌봄, 기도와 말씀, 공동체적 삶으로 세상을 감동시켰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고 확장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지역사회의 돌봄 주체로 다시 설 때, 세상은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통로로 사용될 것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와동의 작은 교회들이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으며, 이제는 전국의 모든 예성 가족의 교회가 함께 그 길을 동참할 때입니다.
우리는 ‘통합돌봄의 시대’에 사도행전을 다시 살아내는 교회적 돌봄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역사회의 아픔에 반응하고 있는가?”
“주님이라면 이들을 어떻게 돌보셨을까요?”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는 순간, 통합돌봄 속에서 교회 사역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교회가 서야 할 자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제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곳’, ‘이웃의 아픔에 응답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가 말씀과 기도로 무장되어 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삶 가운데 사랑을 증명해야 할 시간입니다.
저는 경기도 안산이라는 도시의 복잡성과 취약함은 오히려 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통합돌봄의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회적 돌봄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아닐까요?
김병천 목사 [온누리사랑교회 / 총회 사회복지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