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는 삶의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심리 현상이다. 경미한 경우에는 자신의 요구나 제안이 상대방으로부터 거부되는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불합격, 탈락, 배제, 파직, 해임, 퇴출 등의 사회적 거부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개인적 거부이든, 사회적 거부이든 거부는 기분이 언찮은 정도를 넘어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심리정서적 손상이 틀림없다. 이를 학술적인 표현으로 ‘거부 민감성’이라 한다.
통상, 거부 경험으로 인한 심리 현상은 기본적으로 자아존중감 하락으로부터 회피, 외로움, 은둔형 외톨이, 우울, 불안, 분노, 질투, 수치심, 적의 및 적대감, 공격성 등을 비롯하여 부적응, 애정(우정)의 철회 및 단절 등 매우 다양한 현상들을 야기하고, 급기야 사회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다 하여 이러한 증상 자체를 질병으로 보는 심리학적 입장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경험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부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이 발달하게 되면, 심리정서적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고, 삶과 영적 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하며,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 신앙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거부 민감성은 그 용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과거의 거부 경험이 향후 개인의 삶에서 또 거부당할 가능성에 대하여 쉽게, 과도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성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거부에 대한 정상적 심리 반응이고, 어느 정도부터 질병 상태인지 그 정도, 빈도 등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부 민감성은 아동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빈번하고, 충격적인 학대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애착이론 등 심리학에서는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발달심리적으로 볼 때, 아동청소년기 학대 경험은 신체, 심리, 행동 건강의 여러 가지 부정적이고도 위험한 결과를 증가시킨다.
심화된 강한 거부감이 분노와 공격성으로 이어지며, 확장된다는 순차적 경로임을 밝히는 선행 연구결과들이 많다. 그래서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 가운데 범죄자가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 가운데 분노와 공격성이 결부된 경우에는 주저 없이 보복 및 복수로 나타나 극단적으로 폭행, 살인 및 자살 등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사건들을 야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거부 민감성은 개인에게 심리적, 정서적, 영적 문제와 질병이 발생하므로 사회의 주요 공중보건 문제이며, 영적 문제로서 이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정신건강 및 영적 주제이며, 범죄예방 차원에서도 이를 심도있게 다루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거부 민감성에 대한 심리적 이해
거부의 심리정서적 분석
거부 민감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거부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또 거부당할 것이라는 과민한 예상, 기대, 두려움으로부터 발생되는 매우 강렬하고, 부정적인 심리정서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거부당함으로써 미래에 닥칠 수 있는 특정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과도한 걱정과 두려움의 상태를 특징으로 하는 ‘예기 불안’과 매우 밀접하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이미 대인관계에서 거부로 인한 심리정서적 손상을 크게 경험해 본 경우가 많고, 과거 거부로 인하여 상당한 불쾌 경험을 기초로 하여 거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적응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관계 유지가 쉽지 않거나 사회적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교회에 이런 교인이 있는 경우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목회자는 매우 긴장하게 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빈번한 거부를 당한 경험자들은 심리적 위축, 실망과 좌절 및 수치심 등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삶이 위축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능하면 거부당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강력한 경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부가 예상될 것 같은 상황이라면 대인관계 자체를 형성하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정신질환 분류 편람(DSM-5TR)에서 거부 민감성은 아직 공식적이고, 독립적인 정신장애 진단항목으로 분류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 하여 거부 민감성이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거부와 기독교신앙
크리스천의 거부 민감성과 신앙은 상당히 가까운 주제이다. 하지만 기독교상담학계에서는 이에 대하여 활발한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크리스천들 가운데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이 없을 때 하나님의 거부를 생각하면서 신앙의 하락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거부와 타인의 거부에 대하여 다양한 내용들이 빈번하게 나타나 있다. 수용과 거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성경은 시종 하나님의 수용과 거부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서 대표적으로 거부당한 내용은 예수님에게서 발견된다. 또 구약성경에서는 요셉, 모세 등에게서도 발견되고, 사울이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행하여 결국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거부 경험으로 볼 수 있다.
다윗은 자녀의 생명을 위해 간절히 금식하며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거부하시고 자녀를 데려가셨다는 내용도 거부와 무관하지 않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질병 치료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였으나 기도의 거부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주께서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고후 12:8-9)라고 고백했다. 대부분 신앙의 선조들은 기도 거부에 분노했다거나 거부 민감성이 나타나 좌절했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부 민감성보다는 오히려 기도 응답 부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는 내용의 기록이 많다.
현대 상담학, 심리학, 상담심리학의 주제로서 거부 민감성은 신앙의 선조들이 대처한 태도와는 아주 다른 심리적 태도라 할 수 있다. 신앙생활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주로 기도에 대한 즉각적이거나 명확한 응답이 없을 때, 하나님에 대한 거부 민감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크리스천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소통한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일부 크리스천들은 자신의 기도에 하나님이 침묵하시거나 반응하지 않거나, 기도 응답이 거부되었다고 느낄 때 하나님께 사랑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분노와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자아존중감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를 보게 된다.
통상, 자아존중감이 높은 크리스천들에게서는 하나님 이미지가 긍정적이며,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신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거부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도 그렇거니와 하나님의 거부에 대하여 불안과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다가 하나님에 대한 존재 부정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거부 민감성이 높은 크리스천은 하나님이 멀리 계시거나 자신의 일에 관심이 없고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신론’적 태도가 나타날 수 있다. 하나님이 멀리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 불안, 공포, 분노, 적의 등 부정적인 심리정서 상태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난다는 심리적 분석이 있다.
거부 민감성은 신앙을 약화시키고 심리영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거부 경험을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거나 성장의 기회로 삼고, 기도하는 긍정적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좌절할 수도 있다.
우울증, 불안증을 비롯한 정신병리가 있는 크리스천들은 기도의 빈도가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거부 민감성은 신앙의 퇴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경험한 거부를 신앙적 입장에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심리영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거부 민감성과 신앙관계에서 주요 치료적 변인은 하나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다.
거부 민감성에 대한 기독교상담
거부 민감성을 상담하는데 가장 특화된 상담심리 이론과 기법은 인지치료/인지행동치료이다. 이는 거부에 대한 왜곡된 인지(생각)를 바로잡고, 그에 대한 반응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거부에 대한 의미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삶 자체가 수용과 거부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거부를 통해 재도약, 발전, 성장이 있을 수 있다는 재구성이 거부 민감성에 빠지지 않는 치료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거부는 상대방의 자유라는 것,’ ‘누구든지 거부당할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어떤 경우든 수용 받고만 살 수 없다는 것,’ ‘자신이 거부당했다 하여 자신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치료나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거부 민감성 감소를 위해 거부에 대한 과잉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거부 둔감성을 갖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거부가 좌절이나 분노 및 공격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긍정적 심상을 하면서 기도하는 것은 매우 유효한 극복 방법이다. 사람과 사회로부터 거부당했어도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 인식이 거부 민감성을 극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치료적 변인이라 할 수 있다.
다소 거부를 빈번하게 경험하고 회복되지 못한 크리스천 가운데는 충격적인 거부 경험이 핵심 신념(성격, 주요 인식)으로 형성되어 “나는 항상 거부당해왔어!” “나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야!”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해!” “나는 거부당할 수밖에 없는 가치 없는 사람이야!” 하는 비합리적 핵심 신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부 민감성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긍정적 인지인식으로 덮어야 한다. 이를 인지치료에서는 ‘인지 재구성’이라 한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기 수용을 통해 거부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사람에게 수용되지 않았고, 거부당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이 하나의 극복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표면적인 기도의 거부는 또 다른 응답임을 믿고, 이를 확신하도록 신앙 공동체의 지지가 중요하다.
기도가 거부되었으나 그런 상황을 재구성한 성경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적용점이 높은 극복 방안이 될 수 있다. 가족, 친구, 목회자, 상담사 등으로부터의 지지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고, 거부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의미를 바꾸는 ‘인지 재구성’은 매우 효과적인 심리치료적 방법이며, 성경적 방법이다.
전요섭 교수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교양)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