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웅 목사 [창원성지교회]
합종연횡(合從連橫)은 중국 전국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외교 전술에서 유래한 말로, 약소국들이 결속하여 강대국에 맞서는 ‘합종(合從)’과 강대국과 개별적 동맹을 맺어 연합을 분쇄하는 ‘연횡(連橫)’의 전략을 아우르는 말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이 급격히 이합집산(離合集散)하고 있으며, 바야흐로 합종연횡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으며, 절대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해진 채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 동맹은 해체되고 과거의 적대국들이 실리 아래 손을 잡는 작금의 대전환기에는 고도의 분별력과 전략적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은 교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내외 신학교들이 생존을 위해 통폐합되고 있으며 심지어 신학적 색채가 사뭇 다른 교단들마저 하나로 뭉치고 있다.
우리 성결교회가 ‘장·감·성’으로 불리는 3대 보수 교단의 한 축을 자처해 왔으나, 예성의 현실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행보를 취하고 어떠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105회 정기총회에서 선출될 신임 임원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교단 차원의 명확한 방향 설정과 더불어 개교회에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할 지혜로운 전략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마태 효과(Matthew Effect)나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이 시사하듯, 교회 생태계 내의 양극화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고착화되었다. 중간이 없다.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양극화 현상은 젊은 목회자들의 교회 개척을 기피하게 만들고,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사기를 꺾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적 자원의 결핍을 한탄하며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오히려 작은 교회들이 연대하여 공동의 사역을 도모하는 ‘합종(合從)’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2009년 제창된 루이스 부쉬(Louis Bush)의 ‘4/14 Window 운동’에 영감을 받아 뜻을 같이하는 세 교회와 ‘인도차이나 선교회’를 창립했다. 비록 규모는 작았으나 셋이 힘을 합쳐 C국에 유치원을 설립하고 어린이 선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다.
2015년에는 감찰회 안에서 네 교회와 ‘아셀 선교회’를 조직하여 강단 교류와 공동 행사를 진행하고 해외 단기선교도 함께 다녀왔다. 또한 정기적 기금 마련을 통해 인근 개척교회 목회자를 격려하고 개척비품들을 지원해 왔다. 현재는 지방회 안의 교회들이 ‘세움 선교회’로 모여 독서 모임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개척 현장을 돕고 있다. 전도서 4장 12절의 말씀처럼, 작은 교회일수록 연합의 힘을 빌리는 합종(合從)의 지혜를 발휘할 때 목회의 시너지(synergy)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울러 목회자들은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조류 속에서 그 결과물들을 선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통찰을 갖추어야 한다. 생성형 AI인 챗GPT와 제미나이(Gemini)를 넘어, 이제는 클로드(Claude)를 비롯한 다양한 ‘에이전트 AI’가 등장하며 그 속도를 가늠하기조차 벅찬 지경이다. 급변하는 세상과 보조를 맞추되, 변하지 않는 진리로 영원을 갈망하며 성결한 삶을 지켜내기 위한 지혜가 절실하다. 무엇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수용하여 성결의 가치를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연횡(連橫)’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디 성결교회 선교 120연차대회와 제105회 정기총회에서 이러한 전략적 안목을 갖춘 임원들이 선출되어, 교단의 미래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시대의 파도를 넘어서는 지혜와 분별력이 우리 성결 공동체 위에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