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조 목사 [울산수암교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는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전 세대가 누리지 못했던 다양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행복보다 불안, 만족보다 비교, 여유보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평가에 쉽게 흔들린다.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는 커졌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않을 자유는 오히려 잃어버린 듯하다. 무엇을 입을지, 어디를 여행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까지 다른 사람의 기준이 우리의 선택을 지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는 경쟁과 인정 욕구에 묶여 있는 것이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오래전부터 꿰뚫어 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참된 자유는 환경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얻는 것이라는 의미다.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다”고 말하며, 그 자유를 방종의 기회가 아니라 사랑의 기회로 사용하라고 권면했다.
오늘날 우리는 자유를 권리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자유를 책임과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해야 할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자유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직을 지키며, 미워할 이유가 있어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욕망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자유로운 분이셨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그분의 삶은 자유가 자기중심성이 아니라 사랑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커질수록 책임과 절제가 함께 자라지 않는다면, 자유는 결국 또 다른 혼란을 낳을 뿐이다. 진정한 자유는 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자유는 세상이 허락하는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자유다. 그 자유를 가진 사람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사람들의 평가에 매이지 않으며,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감사와 평안을 잃지 않는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자유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