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원 목사 [사랑의동산교회 협동목사]
시원함과 멋진 피서를 꿈꾸던 2026년 여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난히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일찍 찾아온 영상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우까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연일 폭염특보와 재난특보가 이어지고 열대야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부지역에서는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전국의 소방차까지 동원하여 물을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메마른 대지를 적셔줄 것 같아 반갑기만 했던 비가 어느 순간 폭우가 되어 홍수를 몰고 왔습니다.
타들어가던 땅에는 단비였지만, 너무 많이 내린 비는 또 다른 재난이 되었습니다. 폭염과 가뭄과 폭우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목회 현장에서 드려지는 기도제목도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더위를 식혀 주소서.”“가뭄이 물러가게 하소서.”“폭우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돌이켜보면 폭염과 폭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간의 지혜와 기술로 대비하고 노력한다지만,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과 쏟아지는 비, 몰아치는 바람까지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자연재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요?
우리의 인생에도, 목회현장에도, 거룩을 구하는 성도의 삶에도 폭염의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고, 급한 대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갈증이 찾아옵니다.
마음은 메마르고 몸과 영혼은 지쳐갑니다. 폭우처럼 문제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닥쳐와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홍수에 둑이 무너지듯 그동안 버텨오던 삶의 방어벽이 무너지고,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아무리 방수벽을 세워도 스며드는 물을 모두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육신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며 영혼까지 메말라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해와 달을 주관하시고, 물을 빽빽한 구름에 싸시나 그 밑의 구름이 찢어지지 않게 하시며,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는 분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영남지역에서 드려졌다는 기우제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비를 향해 비는 것이 아니라,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께 구합니다.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입니다.
폭염도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고, 폭우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찾아오는 고난과 혼란 역시 하나님의 손을 벗어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타들어가던 대지가 한 번의 비로 살아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의 삶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 가십니다.
그러므로 폭염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하늘을 한 번 더 바라보아야 합니다. 폭우처럼 문제가 쏟아지고 있다면 더욱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폭염도, 폭우도,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목회도 결국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일은 하늘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 번쯤은 모든 역할을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목회자라는 이름도, 성도라는 이름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선 한 사람으로서 성경을 펼쳐보는 것입니다.
설교를 위해서, 성경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말씀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폭염을 피해 그늘을 찾듯, 폭우를 피해 안전한 곳을 찾듯, 우리의 영혼도 하나님의 그늘에서, 하나님의 산성에서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기도와 말씀이 폭염과 폭우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피서이며 참된 평안이 있는 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