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문 목사 [성흥교회]
선선해진 바람 끝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가을의 초입입니다. 아직은 들녘에 눈으로 확인되는 결실이 또렷이 보이지 않지만, 머지않아 황금빛으로 물들 들판과 풍성한 추수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올 감사의 계절을 준비하게 됩니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했듯, 교회의 참된 존재 가치는 자기 안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과 이웃을 향해 건네는 섬김 속에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며 교회가 이웃을 향해 소박하게 손을 내미는 것은, 장차 맺힐 영적 결실을 기대하며 사랑의 씨앗을 심는 거룩한 시작입니다.
교회가 건물의 담장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속한 마을과 호흡하며 공공의 가치를 세워가는 ‘공적 역할’을 다할 때, 복음은 비로소 삶의 언어로 세상에 전해집니다. 부여 성흥교회가 자리한 지토리 산골마을에서는 오는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총 3일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제3회 지토리 섬김의 날’을 마련합니다. 처음 집집마다 대나무 사다리를 오르며 처마 밑에 태양등을 달아드리던 소박한 다가섬과 작은 마을음악회로 출발했던 섬김이 해를 거듭하며, 이제는 마을 전체가 손꼽아 기다리는 따뜻한 소통과 화합의 3일간의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돌아보면 목회 현장에서 얻은 가장 깊은 은혜의 진리는 ‘우리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눈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았더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교회가 마을을 위해 소박한 마음을 내어놓았을 때, 하나님은 사람의 생각으로는 다 계산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변화를 일으키셨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마을 주민들과 어르신들이 어느덧 교회를 가리켜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라 부르고, 목회자를 향해 ‘우리 목사님’이라 부르며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 주신 것입니다. 교회가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교회가 받은 것은 주민들의 따뜻한 품과 비할 수 없이 깊은 신뢰였습니다.
감동적인 것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마을 이장님들이 군청을 발로 뛰어 그 결실로 교회의 진흙마당이 깔끔하고 반듯한 콘크리트 주차장으로 새롭게 포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가 나눈 조그만 섬김에 비할 수 없는 크고 과분한 사랑을 마을로부터 되돌려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의 교류가 빚어낸 뜻깊은 마당에서 이장님과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그리고 지역의 군의원과 도의원까지 온 마을이 주체가 되어 이번 섬김의 잔치를 치르게 됩니다. 교회가 건넨 작은 온기가 도리어 커다란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어 돌아왔기에, 새로 포장된 깔끔한 마당에서 함께 ‘웃고 울고, 먹고, 마시고’ 할 이번 섬김의 날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료한 가르침을 전합니다. 여건과 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지역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주저하는 목회 현장이 많지만, 교회의 크기나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향한 능동적 실천입니다. 소박할지라도 진정성 있게 다가서는 발걸음이야말로 단단하게 굳어진 마을의 마음밭을 일구는 거룩한 보습(쟁기의 날)이 됩니다.
우리가 처음의 순수한 마음으로 현장에 다가설 때, 우리가 나눈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사랑으로 채우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나누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내딛는 소박한 결단과 행함들이 모여, 다가오는 추수의 날에는 지역 복음화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장 풍성하고 복된 결실로 열매 맺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