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한국 복음주의 학생운동은 20세기 후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역동적인 운동으로 성장해왔다. 60, 70년대에 이루어졌던 캠퍼스 전도와 민족 복음화 운동은 한국교회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하였고, 70, 80년대에는 주로 학생운동 단체에서 시행하던 제자훈련이 한국교회에 보급되면서 교회에 새로운 갱신의 추동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한국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정점이었던 90년대를 지나면서, 최근 들어 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내려지고 있다. 작년 9월에는 한국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상징적인 지도자였던 김준곤 목사마저 소천하면서, 구심점을 회복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는 ‘길을 잃고 표류하는 시대의 복음주의 청년학생 운동을 위한 길 찾기’라는 모토를 내걸고, 위기에 선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현실을 냉정히 평가했다.

◆학생 선교단체들의 위상 약화 = IVF(한국기독학생회) 캠퍼스사역연구소 이시종 소장은 “2000년대 들어서 대부분 선교단체들의 여름수련회 참석자 수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련회 참석인원이 거의 절반정도로 준 단체들도 있으며, 이러한 양적 감소의 현상은 한 두 단체를 제외하고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단체들의 신입회원이 줄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로, 연세대 IVF의 경우 80년대 말에는 신입생수가 매년 150여명에 달했지만, 2009년에는 30여명 정도가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IVF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100명이상의 지부가 20여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0여개에 지나지 않고 그 규모도 대부분 감소한 상태이다.
1990년대 들어 급성장하기 시작한 몇 몇 매가처치 청년대학부의 약진도 위상 약화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 학복협이 당시 여름수련회 예상인원수를 파악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내 교회 중 가장 많이 참석하는 교회는 사랑의교회로 3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당시 CCC는 1만 명을 예상하였고, 파악된 선교단체 중 가장 적은 수를 예상한 JOY선교회도 450명 정도로 가장 큰 대학부보다 더 큰 규모였다.
당시 대부분 선교단체들이 1000명 이상 수련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90년 이후부터 사랑의 교회, 삼일교회, 온누리교회 청년대학부가 급성장하면서 대부분의 전국적인 선교단체의 규모를 넘어서게 되었다. 청년사역에 있어서 선교단체들의 양적인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교단체들의 영향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쇠퇴 원인 = 80년대까지 캠퍼스 전도에 있어서 복음주의 학생운동 단체들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 단체들의 상당수 구성원들이 대학에서 단체를 통해 복음을 듣고 영접하고 리더로 성장한 경우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로는 복음전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생산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소장은 세 가지를 쇠퇴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첫째, 정체성의 혼란이다. 80년대 이후 기신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선교단체들이 양육단체화 된 것이다. 캠퍼스를 위해 보냄을 받은 공동체인데, 전도가 아닌 양육으로 방향이 선회되면서, 교회내 부족한 성경공부의 질과 양을 채우는 기관으로 전락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운동에서 조직으로 전환된 것을 꼽고 있다. 4-50년의 인적, 사역적, 경제적 자산이 축적되면서 정신에 의해 움직여지기보다, 과거의 전통과 단체의 생리 속에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경직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90년대는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세계사적 사건이 있었다.
동서 냉전의 종결과 자본주의 체제로 세계 경제체제의 통합, 지배문화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 등이다. 그러나 미국 복음주의 학생운동과는 달리 한국 학생운동은 거대한 파동가운데서 큰 틀의 전환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 모색 =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일선에 서 있는 사역자들은 ‘복음이란 무엇인가’, ‘교회란 무엇인가’, ‘선교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복협 권영석 대표는 “수많은 사상과 정신이 표류하여 젊은 영혼들이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이 때, 근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제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물음 앞에서 진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화려한 이력이나, 과거의 전통이 아닌, 캠퍼스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의 그 순수함과 열정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IVF 이시종 소장은 “친미 수구 반북이미지로 고착된 개신교의 이미지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기독교 공동체가 특정 이데올로기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오히려 복음전파의 협소함과 배타성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맞물려, 양적인 성장과는 달리 질적인 저하라는 양면성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 소장은 호전적이고 무례한 전도방식을 지양하고, 창의적인 전도 방식과 삶으로 도전하는 전도방식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으로 세상의 필요에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응답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았다.
덧붙여 학생운동의 주체인 학생 리더십과 자발성의 강화를 강조했다. 한국 복음주의 학생운동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큰 한계는 사역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점이라며, 학생들 스스로 복음 앞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 리더십과 자발성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과제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