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남 목사(서울평안교회)
목사에게 설교는 빼놓을 수 없는 사역 중에 사역이다. 목사의 설교는 영혼을 살리고 낙심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갖게 한다. 목사의 설교를 듣고 꿈을 접고 사는 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목사는 설교를 매주 한다. 학교에는 1년이 지나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바뀌지만 교회에서는 1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교인은 그대로다. 물론 이사를 오고 가면서 성도들이 바뀌긴 하지만 대부분 같은 교인에게 설교를 한다. 사실 목사는 1주일에 한 번 만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씩 설교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목사들이 설교에 부담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떤 목사는 주일이 돌아오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설교를 해산의 수고에 비교하는 분도 있다. 사실 나도 설교에 큰 부담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설교준비가 잘 안되면 잠도 잘 못자고 그랬던 시절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어느 날 내게 이 부담을 완전히 털어 주셨다. 그것은 설교가 지식이 아니라 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다. 설교를 생명의 양식이라고 하는 말이 곧 설교는 밥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내 마음에 오면서 다가온 환희와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잠언을 강해하다 절반쯤 하고는 좀 쉰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잠언 절반을 강해하고 나니까 거의 대부분이 앞에서 이미 했던 얘기이고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는 게 잠언이다.
전에는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가졌는데 성경을 보니 하나님도 한 소리 또 하시고 한 소리 또 하시는 분임을 알고. 설교가 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이 사실이 내게 얼마나 은혜로 다가오던지, 그래서 난 그 후로 성도들에게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 하겠다고 선언했다. 생각해 보자! 만약 어느 주부가 한 번한 밥을 3년간 다시 안한다고 생각해 보자. 매 번 다른 밥을 해야 한다면 그 주부가 어떻게 되겠는가? 신경쇠약에 걸려 정신과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부들은 때가 되면 별 부담감 없이 밥을 한다. 어제 한 밥을 오늘 또 하는 것이다. 그것도 뻔뻔하게(?) 말이다. 가족들 중에 누구도 이 밥은 어제 먹은 그 밥 아니냐고 탓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맛있게 먹어준다. 이게 밥이다. 설교도 마찬가지다. 설교는 예수를 전하는 것이다. 예수는 밥이다. 예수는 하늘로써 내려온 산 떡이다(요6:33-35). 그래서 목사는 설교 시간마다 밥을 해 내 놓으면 된다. 예수를 전하면 된다. 예수는 밥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설교라는 밥을 해서 놓으면 사람들은 그 밥을 먹고 힘을 얻고 돌아가야 한다. 만약 목사가 예수를 지식적으로 전하면 한 달만 전하고 나면 예수에 대해서는 전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이걸 깨닫고 난 후에는 주부가 밥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담 갖지 않는 것처럼 설교를 밥하는 맘으로 준비한다. 그러다 보니 내게는 설교가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아니다. 설교는 해산하는 고통도 아니다. 가족을 위해 밥을 하는 주부와 같다. 맛있게 먹어줄 양떼들을 생각하며 밥을 짓는다. 밥을 지어놓고 가족을 기다리는 주부의 행복이 목사에게 있어야 한다.
가끔은 내게 설교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난 그들에게 어김없이 해 주는 말이 바로 설교는 밥이라는 사실이다. 예수를 전하는 게 설교다. 예수는 밥이다. 설교 시간은 밥 먹는 시간이다. “예수 잡수세요. 밥 잡수세요. 먹으면 삽니다.” 예수 먹으면 세상을 이길 힘이 생긴다. 설교?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예수를 전하자. 전한 예수 또 전하자. 예수가 밥이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양떼들이 밥 잘 먹고 가는 모습에서 목사는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