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백산저수지를 배경으로 윤흥길이 쓴 “완장”이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저자는 완장이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서 부조리한 한 사람의 행적과 몰락을 그리고 있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최 사장이 널금저수지 관리를 동네 한량(閑良) 임종술에게 맡기는 것을 발단으로 종술이 변해가는 과정을 엮어놓았다. 동대문 시장에서와 미제물건 장사를 하면서 완장의 위력을 익히 보아 온 종술은 감시원 완장을 두르게 되면서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사람들에게 군림하기 시작하는데 심지어는 저수지 주인인 최 사장 일행이 저수지에 와서 낚시를 하는 것 까지 제재(制裁)하다가 감시원 직을 빼앗기게 된다. 종술은 저수지 감시원 자리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감시원 행세를 하며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다가 결국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모두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지체들이다. 교권도 유한하고, 맡은 직책도 임기가 다하면 내려놓아야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예성은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보전(保全)되어야 하며 계속적으로 부흥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단의 중직 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하나님과 교단에서 맡겨준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남용하지 말고 절제하고 질서를 따라 사용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감당해야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교단에서 자기에게 부여해 준 직책이 결코 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91회 총회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총회임원 후보자들의 정견발표가 전국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후보자들의 정견발표나 홍보 전단지를 보면 대다수가 교단을 섬기고 전국교회를 섬기겠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섬긴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공경하며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다. 우리는 교단의 중직을 맡은 분들이 섬기기까지는 그만두고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교단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

작금(昨今)에 교단에서 되어 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심히 안타까운 것은, 단체나 조직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들이 간과(看過)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총회를 구성(조직)하는 주체인 지방회에서 합법적인 과정과 절차를 거쳐 총회에 접수한 문건이 관계 기관에 회부되지도 않고 종결되는가 하면 또 총회 산하기관의 관리와 운영을 위하여 교단차원의 역할을 위임받고 파송 받은 인사들이 자신들을 파송한 총회의 방향과 방침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교단의 장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 헌장에 따라서 파송 받은 대의원에 의하여 선출된 총회 임원들이나, 임원회의 선임으로 실행위원회의 인준을 받은 산하기관의 임직 자들은 윤흥길의 소설에서 말하는 “완장”을 찬 사람들이 아님을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

총회는 섬김을 받으려는 마음보다는 교단과 산하 기관을 위하여 봉사할 일꾼들을 선출하여 세운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비난하는 세상 정치인들처럼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끝내지 말고 자신들을 선출하고 세워준 총회와 교단을 위하여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일해 주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