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효율성 중심의 비즈니스적 목회, 과시적 외형 집착, 물량주의화된 목회마인드…. 이런 단어들은 현재 한국교회의 실상을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이다. 지난 10월 18일 위기의 기로에 선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사진)는 한국성결교회연합회 분과수련회 특강을 통해 ‘교회의 외형적 대형화 추구, 물량주의 추종, 극심한 개교회주의’를 한국교회 타락의 주범으로 지적했다. 전 목사는 한국교회가 선교초창기 독립운동이나 학교건립, 병원건설 등 한국사회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이제는 그 공로와 기여는 다 잊힌 채, 공공연히 사회악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목회자의 윤리실종, 무한 경쟁을 통한 수적인 부흥집착이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교회의 최고 가치는 사랑인데 효율이 되었고, 섬김의 대상인 성도는 관리의 대상으로, 예배는 성령과 진실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됐다”고 개탄했다. 말씀이 희귀했던 엘리 제사장 시대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강단에서 사라졌고 인간의 세속적인 욕심을 합리화시키는 강연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의 번영을 꿈꾸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도 지적했다.
□ 외형적 대형화
전 목사는 한국교회가 경계해야 할 첫 번째 항목으로 ‘교회의 외형적 대형화’를 지목했다. 물론 건강한 대형교회와 그렇지 않은 대형교회를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원론적으로 외형적 대형교회는 다른 작은 교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대형교회가 지역사회에 소위 좋은 일을 다 하면 작은 교회는 설자리가 없고, 그만큼 작은 교회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로 인해 골목시장이 죽어가는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교회는 크기를 막론하고 공적인 교회임을 인식하고, 주변교회와 같이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처럼 교파연합이 아니라, 지역적인 연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한 교회가 아니라 지역의 교회가 함께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물량주의
둘째는, 물량주의의 허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교회는 건물크기, 예산, 헌금규모, 목회자의 사례비, 성도의 총계 등 물량적 지표에 의해 성공여부가 평가되고 있다며 이런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상과 똑같이 교회안에서도 이런 물량적 수치가 높은 사람을 성공한 목회자라고 추켜세우다 보니 너도나도 대형교회가 목회의 최종목표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질적인 것을 추구해야 하는 데 양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속화된 목회자들의 양산을 우려했다.
□ 개교회주의
마지막으로 개교회주의를 지적했다. 우월한 교파의식이나 이기적인 개교회주의가 한국교회에 오염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신학도 큰 차이가 없으면서 자신들의 신학이 최고라고 주장하거나, 내교회가 최고의 교회라는 독선은 교회 간 연대를 깨고, 지나친 경쟁심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개교회주의의 가장 큰 폐해로 복음의 공공성을 배제한 신앙생활을 주장했다. 신앙이 교회라는 한계에 머물다보니 사회나 문화, 교육 등 공적인 영역에서 전혀 신자의 역량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에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이날 전 목사는 예수님처럼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예수께서 하늘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셨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너무 높은 곳에 머물러 있다며 스스로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목회자 자신이 먼저 개혁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할 수만 있다면 이런 목회자의 개인적인 노력에 덧붙여, 교단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목회자의 세속적 욕망을 차단하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간의 특강시간 동안 한국교회의 현실과 위기를 굳은 어조로 강연한 전 목사는 한성연 임원 및 관계자들에게 성결교단이 한국교회의 희망이 되어주길 당부했으며, 말씀이 희귀하던 엘리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말씀의 계시가 회복된 시대, 미스바 집회를 통해 회복과 성숙이 이뤄지는 사무엘 시대를 열어가자고 당부했다.